인도네시아교회, 정부 군사기지 확장 반대 표명

(가톨릭신문)

[UCAN] 인도네시아 엔데대교구장 파울루스 부디 클레덴 대주교가 교구 관할 지역에 군부대가 증강 배치되자 정부 당국에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엔데대교구가 속해 있는 플로레스섬은 인도네시아에서 가톨릭 신자가 다수를 이루는 지역으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이 섬에 육군 지역사령부 군사시설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자들의 토지 소유권 침해와 공동체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클레덴 대주교는 7월 4일 “병력이 늘어나고 군사시설도 확충되는 등 우려했던 일들이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2일에는 플로레스섬에 기반을 둔 독립언론 ‘플로레사’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지역 내 군사시설 확장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클레덴 대주교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전에도 군사시설 확장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나게케오 통구람방 마을 공동체는 군대를 증강 배치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해 왔다. 현재 이 마을 주민 1000여 명은 수십 년 동안 경작해 온 토지에 대한 군 당국의 소유권 주장에 맞서고 있으며, 토지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군부대 시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교회의도 올해 5월 성명을 내고 정부의 군사화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레덴 대주교는 “군부대 확장 계획이 플로레스섬의 다른 모든 지역에서도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9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육군의 계획에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새로운 지역사령부와 보병여단, 수십 개의 지역 방위대대를 창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플로레스섬에만 지역사령부 2곳과 보병여단 5개, 섬의 8개 군에 걸쳐 8개 보병대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클레덴 대주교는 “플로레스섬 각 군의 인구는 대략 30~40만 명이고, 적은 곳은 10~15만 명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지역에 보병대대를 배치하는 것은 수백만 명이 사는 지역에 주둔시키는 것과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회는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거나 침묵해서는 안 되며, 교회의 침묵은 교회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클레덴 대주교는 또한 “군이 주둔한다고 해서 플로레스의 전략적 위상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 공동체가 중심 주체로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적 자원을 강화할 때 플로레스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구람방 마을에 거주하는 이슬람 신자 헨드라 바유 사푸트라도 클레덴 대주교의 우려에 공감하며 “플로레스는 무력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아닌데도 대규모 군병력 주둔으로 인해 토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군사화는 플로레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