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YD와 함께] “교황청은 우리 K-청년들을 믿습니다”

(가톨릭신문)

“윤욱아~ ‘난다긴다 S급’으로 싹다 모아”

2025년 8월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로 발령받고 나서도 제 보직과 소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하루 18시간 불개미보다 더 열심히 일하시는 본부장 신부님을 만나고 나서야 제 보직이 교황님이 오시는 메인 행사를 연출하는 소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지난 시간 여러 본당과 학교와 시설에서 일하며 이런저런 경험과 노하우는 있었지만, 국제대회의 행사 연출이라…. 주일학교 성탄제도 아니고 교황님이 오시는 행사라 앞이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움츠려 있던 제게 본부장 신부님은 기막힌 제안을 하나 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본당에서 만난 청년 중 일 잘하고, 야무지고, 신심 깊은 친구들, ‘난다긴다 S급’들로 싹~다 모아. 모아서 그 친구들로 행사기획팀을 꾸리고 메인 행사를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가봐. 그럼 할 수 있어!” 

그 순간 빛이 보였습니다. 역시 하느님 사전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청년들의 신앙을 청년들의 손으로 만들어 가는 행사기획팀!

3월 WYD센터에서 봉사하는 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미 30개 넘는 봉사팀이 있지만 저는 추가로 본대회 프로그램 하나에 10명씩, 총 4개 팀을 새로 꾸렸습니다.

신앙, 경험, 경력, 영성, 아이디어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기존 지인 청년들과 공개채용을 통한 신규 청년들을 조합하였습니다. 교회 안에 다양한 신앙생활 경력을 기반으로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 다양한 경험과 직업군 특히 서울대교구 청년들을 넘어 타교구 청년들까지 고루고루 선발하여 한 개 팀당 11명, 총 44명을 모집했습니다. 

매일 행사 연출 소임 맡으면서 야무진 청년 모아 기획팀 꾸려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위에 성령의 은총 함께하실 것 확신

네? 오리지널 기획서가 없다고요? 

미사와 전례에는 예식서라는 것이 존재하지요. 예식서에 따라 예식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저도 올해 3월 로마 출장을 가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WYD대회 기획에 관한 원천(?) 자료였습니다. 로마본부에 가면 이 어마어마한 국제대회의 뼈대가 되는 기본 기획서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로마의 뚜껑을 열었지만 깜짝 놀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료가 없는 게 아니라 그 뼈대는 주최국의 개별대회에서 자체적으로 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우리 서울 WYD는 어떻게 기획해요?

“그것은 서울만의, 한국 청년들만의 신앙과 아이디어로 만들어 가면 됩니다. 복음의 가치와 WYD 정신을 지킨다면 WYD의 교과서는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 청년들과 함께하십시오. 그것이 진정 K-WYD입니다.” 

오호라~!

“교황청은 청년 기획팀을 믿습니다.”

제 WYD 소임의 시작은 막막했고 과정은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청년들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눈이 번쩍 뜨이는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회의 내내 흥이 납니다. 모든 청년의 의견 하나하나가 무대 위에 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이해하고 하나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모두가 신이 납니다. 나중에 그 웅장한 무대에서 펼쳐질 청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위에 성령의 은총이 함께하실 것이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교회 안에는 신자들의 책임감과 소명을 일깨우는 문장으로 “그리스도는 00만을 믿습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우리 WYD 청년들을 믿습니다. 그리고 “바티칸은 WYD를 준비하는 모든 청년들의 신앙과 열정을 믿습니다.” 아멘.

올해 4월 나름의 결과물과 열심히 봉사하는 청년들의 사진을 로마에 메일로 보냈고,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회신을 받았습니다. 이번 글을 마치며 WYD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모든 K-청년들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은 회신 일부를 소개합니다.

프랑코 신부님의 편지 내용 중

신부님께서 공유해 주신 비전은 저희가 추구하는 
세계청년대회의 모습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특히, 청년들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식별하고, 함께 모여 회의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주요 행사 기획안을 만들어가는 노력은 
대회의 진정한 정신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확신 있게 계속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진지함과 분별력, 사목적 감수성 그리고 청소년들과의 진정한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2027년 분명 좋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프랑코 갈디노 신부와 교황청 청년 사무국 드림

글 _ 김윤욱 루카 신부(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영성구현본부 행사총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