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 산책] 「비엔나 창세기」 중 <계약의 표징, 무지개>

(가톨릭신문)

중세 초기인 6세기,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제작된 수사본(手寫本) 「비엔나 창세기(Wiener Genesis)」의 한 페이지입니다. 역사적 가치는 물론 뛰어난 예술성으로 높이 평가되는 이 걸작은 원래 총 192페이지로 구성되었는데, 현재 48페이지만 남아 있습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 본래의 화려한 ‘보라색’ 배경이 갈색으로 바래버린 상태지만, 여전히 본래의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 보라색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바로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고귀한 색이었지요.

이는 창세기의 대홍수 후, ‘무지개의 표징’ 장면으로, 페이지 상단에 희랍어 그리고 하단에 하느님이 노아와 계약을 맺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하느님의 노여움으로 발생한 대홍수는 ‘노아의 방주’를 제외하고,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방주에서 나온 노아와 그의 세 아들 셈, 함, 야펫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입니다.

네 인물 중 세 번째로 흰옷 차림에 백발인 노아가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고, 시선은 둥글고 푸른 하늘을 뚫고 이들을 향해 팔을 뻗은 하느님을 향합니다.

특히 노아의 목이 완전히 뒤로 꺾인 듯한 과장된 표현과 얼빠진 듯 순진무구한 모습은 하느님을 향한 절대적이고 적극적인 복종의 자세를 보여 줍니다. 역시 위를 보는 세 아들의 표정과 제스처가 개성 넘치게 표현되어 더욱 친근하고 생기 있게 다가옵니다.

어리석고 타락한 인간을 깨우치기 위해 큰 재앙을 일으키신 하느님, 하지만 이는 깊고 영원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푸른 하늘에 무지개를 띄워 ‘거룩한 표징’을 보여주고 약속하셨습니다.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어리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로 드러나면, 나는 그것을 보고 하느님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겠다.”(창세 9,12-17 참조)

노아와 세 아들 위에 드리워진 아치형의 오색찬란한 무지개…. 무지개는 이들을 위협하는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거대한 보호막이자 하느님과 이어주는 다리, 부족함 투성이의 우리 모두에게 전해주신 영원한 희망, 바로 사랑의 약속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