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누가 세계의 지붕을 망가트렸나
(가톨릭평화신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중국 국경에 있습니다. 그 외 안나푸르나, 마니슬루, 칸첸중가 등 세계에서 해발 8,000m가 넘는 산 8개가 네팔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히말라야산맥이 나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네팔은 ‘세계의 지붕’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네팔에 산 정상에 있는 빙하가 녹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 건 최근입니다. 눈이 내려야 할 때에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속도가 21세기 들어 2배 이상 더 빨라졌다는 겁니다.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네팔에서 대형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여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습니다. 네팔에 수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파견된 우리나라 직원들도 고립 또는 실종되었습니다. 터져 나온 토사와 홍수는 하류의 평화로운 마을을 삼켰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이 진리를 찾기 위해 기도하고 있던 힌두교 성지 순례자라고 합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네팔 홍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합니다. 과학자들은 히말라야 지역이 빠르게 뜨거워지면서 산의 바위를 단단하게 잡아주던 빙하가 녹아내려 이번 홍수가 났다고 분석합니다. 천연 접착제 역할을 하던 빙하가 녹아내리자 산사태가 발생하고 녹은 빙하는 쓰나미급 급류가 되어 계곡을 휩쓸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1%조차 되지 않는 네팔에서 벌어진 참사는 기후 위기가 결코 평등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화석연료를 태워 풍요를 누리는 이들과, 화석연료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은 달랐습니다. 불합리한 기후 위기 구조가 바로 지금 히말라야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경제 선진 국가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빙하 홍수와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는 재난에 대응할 경제적 자원조차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기후 불평등’의 현장입니다.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기후 위기의 피해를 가난한 이들이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살아온 이들이 이상 기후로 초래한 재난을 맞이하는 비통한 현실에 무관심하다고 교황은 말했습니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선진국과 거대 기업들이 경제 호황이라는 성과를 누리는 동안, 아무런 책임도 없는 취약 계층이 목숨과 터전을 담보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류의 양심을 묻는 '윤리적 과제'이자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입니다. 지구라는 '공동의 집'이 무너져 내릴 때 약자들을 외면한다면 그 어떤 지속가능성도 논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환경 파괴의 책임을 지닌 주체들에게 엄중한 책무를 물어야 합니다. 히말라야에 내린 이상 폭우는 무분별한 폭주를 멈추고 전 지구적 연대와 책임으로 전환하라는 인류를 향한 마지막 경고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누가 세계지붕을 망가트렸나 >입니다. 이번 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며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