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서원에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드렸습니다. 나는 이 역시 그분에게 드립니다.”
2013년 암 진단을 받은 메리 데이빗 토타 수녀(1957~2017)가 남긴 고백이다. 20년 넘게 수도자들에게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기쁨을 가르쳐 온 그는 자신의 고통과 죽음 앞에서도 그 가르침을 실천했다. 건강과 독립성, 직무, 능력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도 감사와 사랑을 잃지 않았던 그의 삶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고통 속에서도 참된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느님의 기쁨」은 저자가 30여 년 수도생활을 통해 깨달은 영적 통찰과 가르침, 삶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책이다. 1957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팔레스타인 망명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수도성소를 찾았다. 그리고 1985년 영국 와이트섬 성 체칠리아 수도원에 입회해 21년간 수련장으로 수도자들의 영적 성장을 이끌었으며, 2008년부터는 수도원장으로 봉사했다.
책은 ‘기쁨에로의 초대’, ‘기쁨으로의 여정’, ‘기쁨에 내어 맡김’ 등으로 구성된다. 저자가 말하는 기쁨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삶의 태도다.
저자는 “주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사람만이 아니라 단순히 마음으로 베푸는 사람을 사랑하신다”라고 남긴 베르나르도 성인의 말을 빌려, 기쁨은 삶의 ‘단순함’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는 오직 하느님을 추구하는 마음, 하나의 목표에 시선과 생각을 고정하는 태도다. 저자는 이어 추구함, 결심, 성장, 자유, 인내, 자비, 어둠, 빛이라는 여덟 가지 주제를 통해 하느님을 향한 영적 여정을 풀어낸다.
그는 특히 하느님을 정원사에 비유한다. 정원사가 포도나무의 가지를 잘라 내는 것은 나무를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삶에서도 실패와 상실, 시련은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된다. 영적 성장은 결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하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저자의 마지막 삶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암 투병으로 인해 다른 이를 돌보던 사람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유머, 감사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고통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먼저 염려하고 일상의 작은 기쁨에 감사했다. 그에게 기쁨은 고통의 부재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계속하는 일이었다.

2017년 8월 28일, 60세로 선종한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이렇게 고백했다. “내 삶에서 내가 행한 모든 것은, 사랑을 위해 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피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위격,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 나는 많은 공덕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 모든 것을 너무 많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책은 참된 기쁨이 좋은 일이 생겼을 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기도와 전례, 형제자매와의 사랑 안에서 더욱 깊어지는 삶의 태도임을 드러낸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는 추천사를 통해 “성덕에 이르는 길이 우리가 엄두를 내지 못할 만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끝없는 그리움, 겸손한 인내, 기쁨으로 무장한 용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아름답고 생생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