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돋보기] 새 집의 쓸쓸함
(가톨릭평화신문)
몇 해 전 서울 동자동 쪽방촌을 취재할 때 일이다. 쪽방촌 등 비주택 문제와 노숙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취재하던 중 당시엔 풀지 못한 의문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수많은 노숙인이 봉사자들의 설득에 응해 거리나 쪽방보다 훨씬 사정이 나은 임대주택에 입주해도 얼마 못 가 다시 거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일러도 있는 방을 두고 왜 길을 택하는지 의아함은 오래 숙제로 남았다.
실마리는 뜻밖에도 책에서 찾았다.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다. 1936년 서른세 살의 오웰은 잉글랜드 북부 탄광촌의 가난을 직접 보고 기록했다. 그는 슬럼에 살던 주민들이 정부가 마련한 새집으로 옮겨 간 뒤의 모습도 적었다. 새집은 완벽하진 않아도 분명 깔끔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오히려 더 외롭고 괴롭다고 했다. 오웰이 주목한 것은 집의 상태가 아니었다. 이웃과 부대끼며 쌓아온 관계, 곧 공동체가 해체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낡은 슬럼의 집이 아니라 그 집을 둘러싸고 있던 삶을 그리워했다.
이는 동자동에서 들은 ‘의아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됐다. 쪽방촌 사람들은 좁고 열악한 방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프면 문을 두드려주는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 번듯한 임대주택이 그 관계망을 끊어 노숙인들을 다시 거리로 돌아가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다. 어디에, 얼마나 많이 집을 지을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공급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오웰이 짚은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동네다. 많이 짓는다고 해서 주거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임대주택에서 거리로 돌아간 노숙인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