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에도 살아남은 사형수… 종교 지도자들 감형 촉구

(가톨릭평화신문)
미국 오하이오주 인디애나 소재 사형집행시설. OSV


미국 테네시주에서 두 차례의 사형 집행에도 사형수가 살아남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가운데,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종신형으로의 감형을 촉구했다.

테네시주는 9월 30일 내슈빌 리버벤드 최고보안교도소에서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50)씨에게 약물 주사에 의한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나 두 차례 약물을 투여한 뒤에도 그는 사망하지 않았다.

파이크씨는 1995년 동급생 콜린 슬레머(당시 19세)군을 고문·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테네시주에서 200년 만에 처음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던 유일한 여성 사형수였다.

사형 집행 시도 후 그의 변호인단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파이크씨는 치사량의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생존했다. 서류에는 “파이크의 심장이 뛰고 있었고, 코를 골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장의 한 목격자는 약물 투여 후에도 “파이크가 머리와 발을 움직였고, 일어나려고 했다”고 전했다.

테네시주 사형 집행 규정은 1차 약물 투여 후 사망이 확인되지 않으면 예비 약물을 추가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차 투여 후에도 사망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크씨는 이후 구급차로 밴더빌트대학교 의료센터에 이송됐다.

 
2007년 미국 테네시주 교정국에서 촬영한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 OSV


가톨릭 주교단을 비롯한 테네시주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이크씨의 형량을 종신형으로 감형할 것을 주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1일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네시주가 다시는 그를 처형하지 않도록 보장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감형은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가 반드시 복수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며 “테네시주가 자제력과 인간 존엄성, 자비를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서한에는 피해자인 콜린 슬레머씨와 유가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사형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담겼다. 종교 지도자들은 “콜린이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과 그의 가족을 비롯해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이 겪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염두에 두고도 이처럼 호소한다”면서 감형 요구가 범죄의 심각성이나 피해자의 생명,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국가 책무를 경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형제 폐지를 옹호하는 가톨릭동원네트워크(Catholic Mobilizing Network)의 크리산느 바일랑쿠르 머피 사무총장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교회는 모든 인간의 생명이 아무리 큰 해악을 끼쳤거나 어떠한 고통을 겪었든 신성하다고 가르친다”며 “사형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테네시주 교정국은 성명을 통해 “법무장관실의 승인을 받은 주정부의 합법적이고 확립된 사형 집행 절차의 모든 단계를 준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