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활용의 기준은 ‘인간 존엄’

(가톨릭평화신문)
일 서울 살레시오수도회 본관에서 열린 수도자를 위한 생명문화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이 참석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면서 과학 기술을 이웃 돌봄과 복음 선포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회장 백남일 신부)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 수도회 본관에서 ‘AI 시대와 인간생명’을 주제로 수도자를 위한 생명문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강당은 참석자 180여 명으로 가득 찼고,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준비한 자료집이 모자랄 정도였다.

양진홍(남장협 생명문화전문위원장) 신부는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에 더 많은 수도자가 참여할 방안을 고민하다 심포지엄을 마련했다”며 “AI를 단순히 위험한 것으로 보기보다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전문가들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는 박은호(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백종호(서울대교구,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신부와 윤순희(프레드릭·예수의까리따스수녀회 삼위일체광주관구) 수녀가 발표자로 나섰다.

백종호 신부는 ‘AI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발표에서 “기업들이 안전보다 개발 속도를 앞세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 원인으로 인간을 기술 발전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고방식과 소수에 집중된 기술 통제권을 꼽았다. 또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저임금 노동자 문제와 같이 기술 이면에 가려진 이들의 희생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신부는 AI 윤리와 인간 이해를 다룬 교회 문헌으로 「AI 윤리를 위한 로마의 호소」(교황청 생명학술원, 2020), 「옛것과 새것」(교황청 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 2025), 「인류여, 어디로 가는가?」(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2026), 「고귀한 인류」(레오 14세 교황, 2026)를 소개했다.

박은호 신부는 “혁신을 멈추기보다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서는 “질병을 없애고 더 오래 잘 사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초월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질병과 고통을 줄이는 과학의 혜택은 받아들이되, 생존과 능력 향상을 향한 욕망을 신앙이 지향하는 영원한 생명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순희 수녀는 미래 사도직의 방향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과 영성에서 찾았다. 또 수도회 차원에서 AI 선교팀 구성을 제안하며 “청소년 사목과 노인 돌봄, 선교와 성경 공부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새로운 선교문화를 일궈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남일 신부는 축사에서 “생명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사명을 지닌 우리 수도자들이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을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데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위험을 올바로 식별하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지혜를 함께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