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흥식 "성 김대건 신부, 내겐 작은 예수로 보여"

(가톨릭평화신문)

○ 방송 : CPBC 뉴스플러스 

○ 진행 : 맹현균 기자 

○ 출연 : 박흥식 감독 / 영화 '탄생', 드라마 '청년김대건' 연출


(주요발언)
- "영화·드라마·각본집, 김대건 신부가 가진 힘 덕분"
- "천주교 신자 아닌 출판사 대표가, 사명감 느껴"
- "청년 김대건, 대학 강의 중…본당도 불러주면 가겠다"
- "김대건 신부의 무모한 행적, 조선 구하겠다는 사명"
- "안성기 배우의 유작, 당시 사진 보면 여전히 뭉클"
- "영화 제작 중, 김대건 신부 작은 예수로 보여"
- "외국인들 탄생 보더니, 눈물 흘려"
- "김대건 신부 삶, 한국 근대사 다시 보는 계기"


[앵커]  성 김대건 신부를 다룬 영화의 제목은 '탄생'이죠. '탄생'이 새로운 탄생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나오고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세워졌고, '청년 김대건'이라는 드라마로 다시 나왔고, 이번에는 '청년 김대건' 각본집까지 나왔습니다. 박흥식 감독 만나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탄생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는 소개 어떻게 들으셨나요?

▶저도 생각지도 않은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영화가 나왔고 드라마도 나왔고 이제 책으로 나와서 텍스트로도 두고두고 읽게 되었는데요. 이것은 뭐 작품의 힘이 아니라 김대건 신부님의 힘인 것 같습니다. 이제 김대건 신부님이 지닌 의미를 천주교 안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 근대사 속에서 보게 된 분들이 점점 많아진 것 같아요.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게 '청년 김대건' 각본집입니다. 일단 되게 두꺼워요.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무려 400쪽이 넘고요. 촬영 당시 사진뿐 아니라 교황청에서 열린 시사회 사진,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 등의 내용까지 들어 있습니다. 먼저 각본집 소개 부탁드립니다.

▶책이 이렇게 멋지게 나온 것은 일단 출판사 대표가 천주교 신자가 아닌데 대본을 읽더니 만드는 와중에 사명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책이 질이 확 좋아졌어요 정성을 들이느라고. 원래는 9월 16일이 김대건 신부님 순교 180주년이니까 그때 맞춰 내려고 했는데 공을 들이는 바람에 조금 늦게 나왔죠. 구성은 일단 이 작품에 출발을 하신 유흥식 추기경님, 그리고 후원자이신 남상원 회장님, 공동제작자인 박유진 신부님, 김홍신 소설가님, 그리고 배우 윤경호 씨 현석문 역을 맡은 윤경호 씨가 추천사를 감동적으로 써주셨고요. 그 다음에 우리 작품이 안성기 선생님 유작이 되고 말았는데, 그래서 제가 안성기 선생님 추모 얘기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각본집 본문이 있는데 거기에 각주하고 해설을 달아서 배경을 파악하면서 읽으실 수 있게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 제작하실 때도 공부를 많이 역사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하시고 자료도 많이 모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것이 녹아있는 각본집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영화 탄생과 드라마 청년 김대건을 봤는데요. 영상으로 만나는 김대건 신부와 활자로 읽는 김대건 신부는 어떤 점이 다를지 독자들이 이 각본집을 보고 어떤 걸 느꼈으면 하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일단 영상이라는 건 아시다시피 시간과 예산이라는 제약 속에서 만들어지잖아요. 그래서 그 표현이 못 된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다 또 영상이라는 건 시각적으로 딱 구현을 해서 제시하기 때문에 수용자가 별로 상상의 여지가 없어요. 텍스트로 읽게 되면 이면의 것들 행간까지 다 읽을 수 있고 상상력을 발휘해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책 뒤에 후기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영화, 드라마, 책까지 내게 됐으니까 이 과정에 대한 소회가 있고, 또 하나의 글이 굉장히 긴데 그게 우리 작품을 만들면서 그 이후에도 제가 공부를 하면서 천주교를 통해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새롭게 보게 됐어요. 그 내용을 길게 논문처럼 썼는데 그 내용은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고요. 제가 요즘 그것 갖고 대학에서 강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은 본당에서 신자분들을 뵙고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제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한 사내의 모험'입니다. 어떤 이유로 김대건 신부가 조선 근대의 문을 열었다 이렇게 평가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것은 사제 김대건이 아니라 우리 TV 드라마하고 책의 제목이 청년 김대건인데 청년 김대건으로 봐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움직이신 걸 보면 사제 교육을 받았으니까 당연히 천주교를 조선에 들여오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셨거든요.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 행적을 보면 그것만 갖고 설명이 안 되는 지나친 무모함이 있어요. 그건 제가 생각했을 때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냐면 김대건 신부님은 청년으로서 세계사적 사건인 아편전쟁 한복판에 있었잖아요. 전체 추이를 다 지켜봤거든요. 그러면 사제를 떠나서 청년 조선의 청년으로서 무슨 생각을 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대건 신부님이 그렇게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움직이신 건 사제를 넘어서서 그냥 조선의 한 청년으로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봐요. 천주교가 조선을 구할 유일한 길이다 이런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이셨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 천주교가 인간이 천주님의 모상을 따라서 똑같이 창조됐다 이 믿음을 전파를 한 것이잖아요. 이 믿음이 저는 김대건 신부님을 그렇게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 봐요. 이것이 조선을 살릴 길이다. 이게 동학으로 이어지면 동학에서는 인간을 제 2의 천주가 아니라 인간 자체를 천주로 보는 극단으로 가게 되는데 이렇게 인간을 귀하게 보는 시선이 결국 조선의 신분 질서를 흩뜨리고 근대로 나아가게 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김대건 신부님의 행적이 이 각본에 자세히 나와있으니까 제가 이렇게 부제를 단 것이 책을 보시면 지나친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제를 생각하면서 보시면 좋을 거란 말씀. 이 각본집에 사진이 굉장히 많아요. 촬영 현장의 사진도 있고 여러 사진이 있는데 유독 애정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그리고 대본 중에 이 부분은 독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을 꼽아주시겠습니까?

▶사실은 안성기 선생님 사진입니다. 안성기 선생님이 우리 영화 첫 촬영하러 오셨을 때 되게 가슴 아프고 뭉클하고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게 추모의 글에 들어가 있으니까 여기서 말씀 안 드려도 될 것 같은데, 그때 신학생들한테 마카오에 가는 길, 그 다음에 국제 정세 이런 것을 설명하는 장면인데 그때 사진을 꼭 넣고 싶었는데 그 사진이 들어갔고요. 그리고 우리가 기자님이랑 같이 바티칸에 가서 시사회를 했잖아요. 그때 안성기 선생님이 못 가셨어요 아프셔서. 그 다음에 성상 축복식 때는 모시고 갈 수 있었거든요. 저는 너무 기뻤어요. 안성기 선생님 모시고 돌아다닐 수 있던 것이. 그때 우리가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갔었는데 그 성당 정문에서 찍은 사진. 물론 사진이 조금 수척해서 마음이 아프긴 한데, 제가 그 사진을 꼭 넣고 싶어서 넣었는데 그거 보면 마음이 조금 아리죠. 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거기 묻히셨잖아요. 


▷맞습니다. 해외 사목순방 가시면 항상 그 성당 들러서 기도하고 가시고.

▶네. 저는 그래서 그 사진이 가장 중요한 사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조금 더 들어보죠. 눈에 띄는 대목이 말씀해주셨지만 안성기 배우에 대한 추모의 글입니다. 마지막 촬영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그 장면도 여러번 돌려보셨을 것 같은데, 추모의 글을 쓰게 된 배경이랄까 이 부분 하고, 안성기 배우 나오는 장면 계속 보셨을 것 아니에요 편집도 하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얘기하면 긴데. 안성기 선생님이 첫 촬영할 때 여느 때처럼 일찍 오셔서 따로 제가 따뜻하게 자리를 마련해 드렸는데, 제 뒤에 앉아 계셨어요 내내. 제가 돌아오면 늘 웃고 계시더라고요. 저 분이 현장에 있는 게 행복하시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첫 대사하고 두 번째 대사에서 대사가 안 나오는 거예요. 충격에 빠졌죠 저희 모두. 그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안성기 선생님 너무 의연하게 당당하게 앉아계신 것이에요. 다른 말씀을 하셨으면 촬영을 접었을 수도 있는데 당당히 앉아 계시니까 저희는 진행을 했고 비상 상황이었죠. 그 내용은 글에 자세히 써 있으니까 그때 스크립터가 제 옆에 있어야 하는데 다 안성기 선생님 곁으로 달려가고, 저 혼자 케노피 안에서 모니터로 안성기 선생님 얼굴을 보고 있는데 그때 정말 제가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아 우리 작품이 안성기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이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안성기 선생님 사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이번에 이 책을 안성기 선생님 부인께 보내드렸어요. 길게 문자 주셨더라고요. 너무 고마워하시고 또 저한테 저도 모르는 얘기도 해주셨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안성기 선생님 기념관이 생기는 모양이에요 외대에. 그래서 부인께서 이 책을 거기에 비치를 하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무거워지는 마음인데, 그만큼 무게감이 큰 작품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첫 출발이었던 영화 탄생으로 돌아가 볼게요. '천주교 신자가 아닌 감독이 성 김대건 신부에 빠졌다' 이런 보고를 하고 아이템을 추진하게 됐던 건데, 영화를 제작할 때까지만 해도 천주교 신자가 아니셨고 이후에 프란치스코 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으셨고, 비신자였던 감독님이 김대건 신부의 삶에 빠진 이유, 어떻게 봐야 되겠습니까?

▶제가 김대건 신부님한테 빠져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 거꾸로예요.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빠졌다고 봐야 됩니다. 그러니까 저는 자료를 갖고 김대건 신부님 삶을 재구성했잖아요. 그러면서 빈 자리가 채워지고, 자료, 근거를 갖고 김대건 신부님한테 감정이입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김대건 신부님을 존경하게 됐는데 그걸 넘어서 어느 순간 각본을 쓸 때, 김대건 신부님이 작은 예수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속에 보면 김대건 신부님이 포도대장 이응식 앞에서 "내 할 일을 다했습니다" 이런 대사를 하시거든요. 그게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잖아요. 그리고 영화 속 유일한 가상인물 김선이 나오는데, 김대건 신부님이 김선한테 막달라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주잖아요.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가 김대건 신부님 순교할 때 곁을 지키고 있잖아요. 그래서 김대건 신부님이 저한테는 작은 예수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것을 살려서 집어넣게 됐습니다.


▷내년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열리고, 김대건 신부님은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1호 사제이자,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공부할 때 꼭 알아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사실 '청년 김대건'이 세계 청년들에게 한국교회를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조직위원회와 협업 가능성이라든지 그런 게 있다면요?

▶세계청년대회 말고 작은 규모로, 아시아청년대회라고 해야 할까. 아시아 청년 100명이 모인 행사를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해미의 WAKE-UP 청소년센터에서 했어요. 그때 저한테 오라고 해서 가서 영문으로 된 탄생을 그분들에게 보여드렸는데 사실 탄생이 어렵잖아요. 외국인들이 영어로 보면 더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이 천주교 신자라 그런지 너무 잘 파악을 하더라고요. 너무 좋아했어요. 많이 우시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너무 벅찼고. 그래서 이것 세계청년대회때 보여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아직 확정적으로 얘기된 건 없고, 마침 세계청년대회 총괄 진행하는 분이 저를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아마 내일 모레 그 얘기가 구체적으로 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청년 김대건 관련해서 하실 말씀 있으면 한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저는 이걸 만들면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새롭게 보게 됐어요. 천주교의 역할도 다시 알게 됐고. 요즘 이것으로 강연을 하고 있는데 핵심 내용은 그것이에요. 이야기와 역사, 이게 독일어로는 같은 단어를 쓰거든요. 왜 그럴까 저는 이제 조금 짐작이 됩니다. 제가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자료를 갖고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까 빈자리가 보이면서 천주교,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해서 천주교가 우리나라 근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이것은 제가 갖고 있는 걸 넘어서는 걸 보게 된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봐요. 제가 겪었으니까. 이걸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아마 이 영상 보시는 분들 이 말씀 잘 생각하면서 '청년 김대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흥식 감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