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 호소

(가톨릭신문)

[카스텔 간돌포, 이탈리아 OSV] 레오 14세 교황이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교황은 5월 26일 저녁 카스텔 간돌포 휴양지 거처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며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 발언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에 항의하려던 ‘글로벌 수무드 선단(Global Sumud Flotilla)’ 선박들이 5월 19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돼 선박에 타고 있던 일부 활동가들이 수갑을 차고 눈가림을 당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나왔다. ‘수무드’는 아랍어로 ‘굳건함’ 또는 ‘회복력’을 뜻한다.


이스라엘은 2009년 1월부터 가자지구 해안 150마일을 봉쇄해 왔으며, 해당 선박들은 해상 봉쇄를 뚫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교황은 나포된 선박들에 관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계속 겪고 있는 고통을 안타까워하며 “불행히도 가자지구에 여전히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인구 210만 명 가운데 거의 모두가 피란민이 됐으며, 충분한 주거지와 식량, 생명을 구하는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교황은 “이 같은 상황이 선박들의 시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전 세계 각국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돕고 동행하며, 그들이 재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기자들로부터 평화적 인도주의 임무를 수행하는 비무장 민간인 활동가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질문을 받자, “폭력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점점 더 많은 증오를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선박 활동가들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뒤 구타당하고 테이저건 공격을 받았다고 언론에 보도됐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교황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현대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를 도외시하는 기술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5월 25일 발표한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에서 “무기가 치명적으로 효율성을 높여 가는 상황 속에서, 전쟁에 AI를 사용하는 일에는 가장 엄격한 윤리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한 최근의 분쟁들, 특히 레바논의 전쟁 상황을 언급하며 ”AI로 수행되는 오늘날의 전쟁에서 인간 생명은 고려되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이 모든 현실의 진짜 희생자”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다시금 호소하면서, 자신이 회칙 「고귀한 인류」에서 ‘무장 해제된 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한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회칙 발표 이후 교황청이 주요 AI 기업들과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와 AI 기업 ‘앤트로픽’ 사이에서 공동 작업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서로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참으로 무장해제된 인공지능을 모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