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라를 달릴 때
Indonesia, 2013.
화산이 폭발하고 산맥이 솟구치고 검은 하늘이 열리고
칼데라에 물이 고이면 신생의 대지가 탄생한다.
지구의 한 점에 시원始原의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달려도 달려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원의 분지 칼데라. 이곳에선 누구든
자기 안의 장엄하고 숭고한 그 무언가 꿈틀댄다.
괜찮다 다 괜찮다, 내 품에서 울어라 화산처럼 울어라,
칼데라는 상처 난 나를 품어주며
내 안에 잠든 다른 나를 일깨운다.
우리 삶도 사랑도 혁명도 한 번은 화산 폭발처럼
깨끗이 불사르고 무너지고 첫마음으로 돌아가야만
다시 소생하여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