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더하기] 왜 성혈은 모시지 않을까?

(가톨릭신문)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우리가 성찬의 전례 때마다 듣는 말씀입니다. 문득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모두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하셨는데, 정작 미사 때 우리는 성체만 모시는지 궁금해집니다. 성혈은 왜 모시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성체와 성혈 안에 “온전한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재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담겨 계신다”는 우리의 믿음에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74항)


비록 우리의 눈에는 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수님의 살이고, 또 모든 지식과 감각을 동원해도 포도주로 보이지만 사실은 예수님의 피라는 것을 믿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아주 작은 성체의 한 조각이나 성혈 한 방울일지라도 그것이 예수님의 일부분이 아니라 완전하고 온전하게 계신 예수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체나 성혈 중 어느 한 가지 형상만을 모시더라도 “그리스도를 참된 성사로, 온전하게, 그리고 모두 다 모시는 것”이고 “구원에 필요한 은총을 얻는 데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것입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282항)


트리엔트공의회 교부들은 요한복음의 말씀을 들어 이 내용을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해주시려고 내어주시는 당신의 몸과 피에 관해 설명하시는데요. 이때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생명의 빵”(6,48)이심을 강조하셨습니다.


교부들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6,53)고 말씀하신 분께서 또한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6,51)이라고 하신 것을 상기시키면서 “단형 영성체로도 구원에 충분하다는 것”을 가르칩니다.(트리엔트공의회 제21회기 「영성체에 관한 교리와 법규들」 제1장)


물론 단형 영성체로도 충분하지만, 역시 양형 영성체가 성찬 잔치의 표지를 한층 더 완전하게 드러냅니다. 양형 영성체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새롭고 영원한 계약이 주님의 피로 맺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뚜렷이 표현되며, 성찬 잔치와 아버지 나라에서 이루어질 종말 잔치의 관계가 더욱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입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281항)


그래서 세례 후 첫영성체 등 전례서에 규정된 경우나 피정·영성 모임·사목 모임 등의 경우 양형 영성체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룩한 빵과 포도주를 모독할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합니다.(교황청 경신성사부 「구원의 성사」 101항) 아무래도 성체와 달리 성혈은 분배할 때 엎지르거나 흘릴 염려가 크니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미사 때 성체의 수가 부족할 때 신부님께서 성체를 작게 쪼개서 나눠주시기도 하지요. 우리 눈에는 너무도 작은 조각이지만, 온전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신비를 기억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 한 방울만으로도 온 세상을 모든 죄악에서 구해 내시리이다.”(‘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 중)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