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가이자 작가인 닉 케이브는 어느 팬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닉 케이브 스타일’의 노래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만든 음악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알아차렸다. 그 노래에는 자신이 평생 떠다녔던 ‘삶의 강’이 흐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그럴듯했지만, 그 안에는 살아낸 시간도, 기다림도, 상실도, 숨결도 없었다.
케이브는 알고리즘은 진짜 노래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노래는 ‘고통’에서 나온다. 고통이란 창작이라는 복잡하고 내면적인 인간의 투쟁을 뜻한다. 알고리즘은 느끼지 않으며, 데이터는 고통받지 않는다. 노래를 쓴다는 것은 복제나 혼성 모방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예술적 창조와 표현은 오직 인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영혼의 구조다.
‘영혼’이라는 말은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도무지 낯선 말로 들린다. 인간을 오직 생물학적 개체로만 보지 않고, ‘유일하고 반복될 수 없는 인격적 존재’라고 생각할 때만, 그 단어는 우리 안에서 공명한다.
반면, 지금 지구를 뒤덮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 센터들은 우리가 전에 볼 수 없던 ‘기계 속 유령’ 같은 존재다. 단순한 질문 하나에 누군가의 세계를 샅샅이 뒤져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다. 이 유령들은 우리의 현실이란 결국 지각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 AI는 언제나 더 나아갈 곳이 있고,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유일한 것이 아니라 무한한 복제이며, 심층이 아니라 떠도는 표면이다.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는 세상을 압도하며 밀려 들어오는 AI의 시대에, 무엇이 우리에게 ‘충만하고 고유한 삶’인가를 찾으려는 각별한 성찰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를 다시 묻게 하는 ‘새로운 사태’다. 그러나, 이 회칙은 중립적인 입장의 성찰이 아니다. 알고리즘, 디지털 플랫폼, 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결코 중립적인 세계관을 구현하지 않듯이, 회칙 역시 복음의 척도로 AI 문제에 접근한다.
이 척도에서 보면, 이 시대가 숭배하는 이데올로기에는 수많은 거짓 우상이 숨어 있다. 완전한 자율성, 급진적 자동화, 인공적 의식의 실현, 인간 한계의 극복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환상이 ‘새로운 종류의 의존, 배제, 조작, 불평등’을 낳으며, 인간의 조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노동, 가정, 교육, 정치를 재구성하는 힘의 배면에는 막강한 ‘권력의 문화’가 있다. 권력과 기술이 결합해 이윤만을 추구하며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킬 때,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지배이다.
AI 시대의 진짜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간 자유의 위기이다. 데이터 권력은 우리가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되도록 유도되는 존재로 길들인다. 하지만 인간의 자유는 ‘원하는 것을 하는 능력’이 아니라, ‘진리와 선’을 향해 자신을 형성하는 능력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한계와 취약함을 지닌 존재라는 삶의 진실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연민과 관대함, 건강한 상호 의존을 배운다. 돌봄, 노동, 보살핌, 기도, 고통, 우정 같은 삶의 방식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은 ‘앎과 사랑’으로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이다.
우리의 한계는 결함이 아니다. 그래서 회칙에서는 “유한함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그것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오히려 우리가 취약함, 고통, 실패라는 한계를 경험하기에, 우리 자신과 타인 모두의 침해할 수 없는 존엄성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122항)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가?’이다. AI 시대는 인류에게 닥친 위협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지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이다. 무력하게 있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여러분의 역할을 다하며”(212항),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머무는 집, “사랑과 관계의 문명”(5장)의 집을 짓는 일이 피할 수 없는 삶의 숙제가 되었다.
글 _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