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의 자포자기 기도 이야기

(가톨릭신문)

대학을 졸업하고 운이 좋게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 알 만한, 그러나 인지도에 비해 연봉은 결코 높지 않은 회사에 입사해 일하며,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분명한 진리를 깨달았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나는 일을 못 한다.’

뼈아픈 진리를 깨달았지만 어렵게 취업한 회사이기에 그만둘 생각은 마음에만 간직한 채 안개 속을 걷듯 출근하던 날들이 이어졌다. 때마침 회사에서 외부 인사를 초청해 전 직원에게 강제로 강의를 듣게 하였다. 주제는 꿈. 강의가 끝나고 이어진 이사님과의 면담에서 나는 어릴 적 막연히 꿈꿨던 만화가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는 꿈이 뭔가?”

“저는 …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이사님의 지시로 만화를 그리게 된 나. 일상툰을 그리다가 내가 어릴 적부터 다니던 성당과 가톨릭 이야기를 친근하게 만화로 그리고 싶어졌고, 틈틈이 그린 만화로 잡지에 연재하게 되었다.

연재를 하면서도 언젠가 가톨릭신문에 웹툰을 연재하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는데, 무심히 메일을 확인하던 중 가톨릭신문의 ‘일요한담’ 연재 청탁 메일을 발견했다. 자신의 삶과 신앙의 경험을 자유롭게 풀어가면 된다는데, 일상툰을 그리다 가톨릭 만화를 그리게 되고 가톨릭신문에까지 연재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삶과 신앙의 환상적인 콜라보가 아닌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n년의 내 인생. 돌아보면 누군가에겐 굴곡이 별로 없는 무난한 인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부모님 아래에서 평탄하게 자라 취업하고 결혼해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온실 속 화초 같았던 나는 남들은 쉽게 넘길 일에도 깊이 좌절하고 길을 잃곤 했다. ‘나는 왜 이런 별일도 아닌 일로 이렇게나 힘들어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거창한 불행은 없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매일의 전쟁이었다.

남들에겐 하찮을 고민이 내겐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중대해 기어코 부모님께 대학을 그만두고 싶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가족은 과학과 신앙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나는 낮에는 병원에 가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모여 앉아 기도를 하게 되었다.

각자의 활동으로 기도를 한 적은 있어도 가족이 모두 함께 기도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색했던 온 가족의 기도 시간. 성모상 앞에 무릎 꿇은 가족들의 바람은 모두 달랐겠지만, 당시 의지 제로였던 나의 바람은 이랬다. ‘주님 뜻대로 하세요. 난 어떤 게 좋은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 기도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원하는 바를 이루었답니다’라고 이야기가 끝난다면 내가 믿는 가톨릭은 사이비일 것이다.

그 후에도 내 마음속 전쟁은 지지부진 끝이 요원해 보였지만 결국 종전은 왔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엄마의 강요로 억지로 이어오던 모태신앙이었지만 내 마음속 전쟁에 평화를 가져다준 것은 결국 신앙이었고 지금 살면서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알아서 좋은 길로 이끌어달라 했던 내 기도도 들어주신 듯하다.

앞으로 나는 8주간 ‘일요한담’으로 여러분을 뵙는다. 웹툰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신앙은 물론 재미도 담도록 노력하겠다. 잘 부탁드립니다, 독자분들 그리고 하느님! 다음 주는 억지로 다녔던 성당 이야기입니다.

글 _ 마예은 엘리사벳(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