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에 어떤 희생양도 없어야”

(가톨릭신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로 국내에서도 원전 확대와 LNG 의존, 재생에너지 전환 지체 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 것인가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환의 비용과 이익을 누가 부담하고 누릴 것인지 묻는 사회적·윤리적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 다종교 기후운동 단체 그린페이스(GreenFaith)가 주최하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주관한 국제 기후정의 포럼이 ‘화석연료 없는 미래를 향한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10월 1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열렸다.

포럼에서는 ‘화석연료 종식’을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핵심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특정 지역이나 사람들에게 희생을 전가하거나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감축과 함께 노동자와 기후 취약계층, 미래 세대는 물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화석연료 이후의 정의로운 전환과 신앙의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패널 토의에서는 종교계가 기후정의 실현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플레처 하퍼 그린페이스 상임대표는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향해 ‘지구를 파괴하는 산업이 이익을 얻어 가는 게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질문을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던져왔다”며 “그 어떤 종교도 이웃을 해치라고 하지 않기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이러한 윤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틀담생태영성의집 책임자로 17년간 농사를 지어온 조경자(마리 가르멜) 수녀는 “농부로서, 수도자로서 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도만 하기에는 양심적으로 부끄러웠다”며 “전환의 길에서 종교인들이 영적·문화적 전환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언자적 사명을 지닌 교회는 지금 내 삶 안에서 벌어지는 세상의 위기에 침묵하거나 세상을 아름답다고만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장 장윤재 교수는 ‘생명의 경제’를 강조하며 “재생에너지를 소수가 독점하고, 가난한 공동체에서만 전환한다고 해서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며 “진정한 에너지 민주주의는 누가 자원을 통제하고 혜택을 누리는지, 비용은 누가 내고 있는지를 계속 질문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은 이날 ‘화석연료 종식과 기후정의를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와 사회에 6대 요구를 제시하고, 종교계도 깊은 성찰과 회개를 바탕으로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누구도 전환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