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 산책] 프라 안젤리코 <그리스도의 변모>

(가톨릭신문)

눈부신 토스카나의 태양 아래 아르노강이 유유히 흐르는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 바로 르네상스의 본산지인 이곳에는 보석과 같은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도미니코회 산마르코 수도원 또는 프라 안젤리코 미술관이라 불리는 이곳 내부는 수사 화가인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87~1455)가 그린 벽화들로 가득 차 있지요. 

성스러운 고요가 지배하는 평화로운 화면은 그 누구도 쉽사리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영성이 배어 있습니다. 성미술의 지향점인 예술과 영성이 일치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수도원 2층에 오르자마자 마주치게 되는 <성모영보>를 시작으로 복도 양편으로 줄지어 있는 수사들의 독방에는 그리스도 생애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등신대 크기로 그려 놨는데 이는 명상과 기도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그중에서 제6독방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변모>를 감상합니다. 제자 베드로, 야고보 그리고 요한을 데리고 타볼산에 오른 예수는 홀로 바위 위에 올라 서 있는 듯 보이는데, 실은 그가 산 정상에 서 있는 것을 나타낸 것이지요. 이같이 산을 바위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중세 동방 이콘의 영향입니다. 

온통 천상의 신비로운 황금빛 배경 중앙에 순백의 옷을 입은 예수가 팔을 양편으로 활짝 펼치고 있고, 그 주위는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빛, 만돌라가 감싸고 있습니다. 이는 ‘빛 그 자체’이신 그리스도이자 곧 맞이할 그의 운명인 십자가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화면 하단에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각양각색의 자세로 놀라워하며 바라보지 못하는 세 명의 제자가 있고, 좌측에는 고귀한 짙은 보라색 망토 차림에 겸손되이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성모 그리고 맞은 편에는 기도드리는 도미니코 성인이 있습니다. 여기 도미니코의 등장은 수사들을 깊은 관조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의 양팔 아래에는 구름 위 머리만 떠 있는 듯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구약의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좌측에는 율법을 나타내는 모세 그리고 우측에는 엘리야가 신약의 구세주 도래가 구약 시대부터 예정된 하느님의 역사임을 말해줍니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마르 9,4) “그리고 두 사람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루카 9,30-31)

그리고 놀랍도록 정제된 눈부신 공간에서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