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닿는 곳마다 언어·문화를 바꿨다

(가톨릭평화신문)



성경의 세계사 / 브루스 고든 /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성경은 그 내용들을 어떻게 갖게 된 걸까? 성경에 포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이 일치했던 것일까? 동쪽의 시리아,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나일강 유역, 서유럽에 흩어져 있던 그리스도인들은 한데 모여 똑같은 텍스트를 가지고 예배했을까?”(20쪽)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가장 많이 인쇄된 성경은 처음부터 완성된 한 권의 책은 아니었다. 서기 367년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 주교가 최초로 신약 27권의 목록을 제시하기까지, 성경은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정경’으로 형성됐다. 그 뒤에도 상인과 순례자, 선교사와 정복자의 짐 속에 실려 대륙과 대양을 건넜고, 도착한 모든 곳에서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재해석됐다.

예일대 신학대학원 교회사 석좌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성경을 역사의 실체로 다룬다. 그 여정은 일방적인 전파의 역사가 아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25억 명과 함께하는 성경은 닿는 곳마다 사람들의 언어와 문화, 세계관을 바꿨다. 동시에 그들의 손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책에서는 미디어의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두루마리를 밀어낸 코덱스(책 형태)의 혁신에서 중세의 화려한 채식 필사본, 세상을 뒤집은 인쇄 혁명, 오늘날 1800여 개 언어로 존재하는 앱까지, 성경의 역사는 인류가 텍스트를 기록·복제·전파해온 기술의 역사와 포개진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