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훈의 사진상회] 가마솥 연기 속에 피어난 자비

(가톨릭신문)

백담사 입구였지?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스님이 정성껏 감자를 삶아낸다. 

산사로 향하는 이도, 산을 오르는 이도 
차별 없이 품어 안으며 건네던 따스한 감자 한 알. 

삼십여 년 전만 해도 이 길목에는 
대가 없는 베풂과 넉넉한 나눔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각박해진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기적과도 같은 
그 시절의 풍경이 못내 아쉽고 또 그리워진다. 

조건 없이 마음을 내어 주던 스님의 자비로운 미소는 
프레임 속에 고스란히 남아, 메말라 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건네받은 감자 한 알에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했던,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의 기록이다.

글·사진 _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