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가 3일 바티칸에서 열린 생명학술원 총회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OSV
역대 최장기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병상에서 전한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다중 위기’에 맞서 연대와 경청으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병환 중에도 지구촌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냈다. 전쟁과 기후위기, 에너지·이주 문제와 전염병 확산, 급격한 기술변화 등으로 전 세계가 ‘다중 위기’에 맞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고 희망의 신호를 찾아가야 한다”고 거듭 당부한 것이다.
교황은 3~5일 로마에서 ‘세상의 종말? 위기, 책임, 희망’이란 주제로 열린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총회 참가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세상과 우주에 대한 우리 이해를 다시 살펴보고 개인과 사회가 변화에 대해 지니고 있는 뿌리박힌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과거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어 이를 통해 의식과 사회적 관행을 변화시킬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생태 파괴·황금 만능주의 등이 팬데믹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됐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역행하는 지구촌 세태를 지적한 것이다.
특히 교황은 “자국의 이익만 우선한 이기적이고 실용주의적 논리에 따라 ‘전 지구적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는 듯 보인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비인간적이고 강자에게만 유리한 법칙이 강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와 국익을 보호하려는 근시안적 태도로 국제기구의 역할이 점차 약화할 것”이라며 “이러한 경향이 이어진다면 결국 ‘인간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교황의 비판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는 등 지구적으로 ‘고립주의’와 ‘패권주의’가 확산하며 인류 위기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기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전 인류가 마주한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체적 맥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황은 “세계의 공동선을 촉진하고, 기아와 가난, 인권을 보호할 다자주의적 국제기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기구는 정치 변덕에 휘둘리거나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다자주의의 바탕 속에 마련돼야 안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