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용 병실’ 갖춘 로마 제멜리 병원

(가톨릭평화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원한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 병원 앞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조각상이 보인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4일 폐렴 증세로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한 지 꼬박 한 달째에 이르고 있다. 즉위 후 최장 기간 입원이다. 교황청이 연일 세계인의 관심인 교황의 건강 상태를 전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이 아플 때마다 머무는 ‘교황의 병원’ 제멜리 병원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1934년 비오 11세 교황은 작은형제회 수사 신부이자 의사였던 아고스티노 제멜리 신부에게 부지 37만㎡를 선사하며 로마 가톨릭성심 의학대학을 설립했다. 그리고 3년 뒤인 1937년 이곳에 신부의 이름을 딴 제멜리 병원이 들어섰고, 1964년 7월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현재 1600개 병상을 갖춰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사립병원으로, 유럽에서도 대형 종합병원으로 꼽힌다.

‘교황의 병원’으로 불리게 된 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1년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서 피격된 뒤 수술을 받고 입원해 쾌유하면서부터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총성에 쓰러진 뒤 곧장 차로 20여 분 거리의 제멜리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많은 피를 흘리면서도 4시간 넘는 수술 끝에 회복돼 신자들 앞에 다시 섰다.

이때부터 제멜리 병원은 ‘교황 전용 병실’을 갖췄다. 병원 10층에 위치한 순백의 작은 병실로, 단출하게 꾸며진 것으로 전해진다. 침실과 욕실 외에 미사와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작은 경당도 마련돼 있다. 교황이 입원할 때면 경호가 삼엄하지만 다른 환자들에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후 2005년 선종 때까지 제멜리 병원에 10차례 입원했으며 3번 공식 방문했다. 입원 중에는 병실 창문을 통해 삼종기도를 주관하고 연설을 했다. 그는 1996년 입원 당시 “제1의 바티칸은 성 베드로 광장, 제2의 바티칸은 카스텔 간돌포(로마 근교 교황 여름 휴양지), 제3의 바티칸은 이곳 제멜리 병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교황의 병환 중 제2의 사도좌 집무실 역할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의 인연이 조명되면서 제멜리 병원 측은 로비를 그의 상설 사진 전시장으로 꾸며놨다. 병원 내엔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이 있으며, 병원 입구에는 조각가 스테파노 피에로티가 2009년 제작한 조각상이 서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재위 중 이 병원에 입원한 적은 없다. 다만 의대 강당에서 열린 가톨릭성심대학 입학식에 참석한 바 있으며, 퇴임 후인 2014년 형 게오르그 라칭거 몬시뇰 병문안을 위해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멜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한 두 번째 교황이다. 이번까지 네 번째 입원이다. 2013년엔 대장 수술, 2023년엔 기관지염 치료와 탈장 수술을 받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병원 밖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상 앞에서 기도를 바치는 수많은 신자의 힘을 받으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