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어르신의 앞치마

(가톨릭평화신문)

의정부교구 관산동본당 남성 3명이 제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대회는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겼기 때문에 바로 약속을 잡고 방문했다. 실제 그날 만난 김승일(요아킴, 74)·오건석(야고보, 66)·이우영(야고보, 65)씨는 앞치마를 하고 미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본당 주임 나인구 신부 권유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10여 년간 함께 본당 안팎에서 봉사해온 구력(?)을 살려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어디선가 또 다른 남자 제대회원이 조용히 활동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전례의 통념을 깨는 활동이다. 그것도 중년을 훌쩍 넘긴 60·70대 신자들이 말이다. 오히려 30대 끝 무렵의 기자보다 더 젊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굳은 신앙심이 고스란히 표현됐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흔히 변화를 추구하는 쪽을 진보라 하고, 전통을 지키는 쪽을 보수라 한다. 이들은 진보일까 보수일까. 그런 개념은 무의미하다. 굳건한 신앙심 위에서 스스로 모범을 보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중심이 있으면 진보와 보수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진영으로 분류된다 해도 대화는 가능하다. 많은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진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보수 교황이라 일컫는다. 두 교황은 분명 세세한 행보에서는 차이가 났지만, 그리스도가 중심이었고 하느님 백성을 향한 사랑은 같았기에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완전히 둘로 갈라졌다.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을 넘어선 폭력과의 싸움이다. 서로를 그렇게 여긴다. 도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앞치마를 하고 제대와 제의방을 오가는 신자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