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4월 26일 봉헌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전경. 평생 복음 말씀을 따라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이자 평화의 사도로 살아온 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이날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25만 명의 신자와 추모객이 모여들었다. 신자들은 미사 전후 “Santo Subito!(지금 당장 성인으로!)”를 외치며 교황에게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O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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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4월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교황의 장례미사는 평생 주님 뜻에 따라 세상에 평화와 정의를 전하고자 온몸을 다 바쳤던 목자를 전 세계인이 떠나보내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 미사는 교황의 목관 위로 펼쳐진 복음서가 바람 속에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천상을 향해 펼쳐진 것처럼 모두를 위해 복음을 실천했던 교황을 떠올리고 추모하는 장엄한 자리였다.
이날 교황청 추기경단 수석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는 추기경단 220여 명과 주교 750여 명, 사제 4000여 명, 수도자 250여 명을 포함해 25만 명의 추모객들이 자리하며 120분간 인류 평화를 위해 헌신한 교황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 미사 중 전례와 보편 지향 기도는 이탈리아어·스페인어·영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아랍어·중국어로 봉헌됐다. 정교회를 포함한 동방 교회 대표단도 참석하는 등 생전 교황이 꿈꿨던 동·서방 교회가 일치와 화해 속에 장례미사가 거행됐다.
주님이 섭리하신 것일까.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8일간 기쁨을 이어가는 ‘팔일 축일’ 첫째날 선종했으며, 교황이 입관 후 대중에 다시 모습을 보인 4월 23일은 공교롭게도 교황의 영명 축일이었다. 그리고 장례미사 이튿날인 4월 27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하느님 자비를 설파하며 문장 표어 ‘자비로이 부르시니’로 살았던 교황의 뜻을 다시 보여주는 등 교황은 선종을 통해서도 주님 뜻을 선포했다.
레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교황님의 사명을 이끄는 큰 줄기는 교회가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든 이의 집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었다”며 “교황님은 시대의 징표와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불러일으키시는 것에 민감하게 깨어 은유가 풍부한 당신 특유의 어휘로, 언제나 우리 시대의 문제들에 복음의 지혜로 빛을 비추고자 하셨다”고 추모했다. 레 추기경은 이어 “교황님께서는 연설이나 모임을 마치면서 ‘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곤 하셨다”며 “이제 교황님께 저희를 위해 당신께서 기도해주시기를 청한다”고 기도했다.
미사에는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 교회를 대표해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장인남 대주교 등이 참여했다. 또 교황의 고향 아르헨티나 밀레이 하비에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펠리페 6세 스페인국왕 등 55개국 지도자들도 자리했다. 각국 정상들은 생전 교황이 그토록 바랐던 화해와 평화의 가치를 다시 새기고,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교황의 장례미사 자체가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금 전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장례미사가 끝나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울리는 조종(弔鐘) 속에 평소 탑승했던 의전 차량에 실려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전으로 운구됐다. 교황 차량이 테베레 강을 가로질러 로마 시내에 자리한 성모 마리아 대성전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15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교황님, 감사합니다!”(Grazie Papa)를 외치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작별 여정을 마친 교황의 관은 성모 마리아 대성전 내 작은 묘소에 안장됐다. 교황청은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를 5월 7일 시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