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난곡동본당은 설립 50주년과 정기 희년을 맞아 제3대 주임인 강우일 주교를 초청해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난곡동본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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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전 젊은 사제로 본당 공동체와 희로애락을 나눴던 주임 신부가 비행기를 타고 먼 길을 찾아왔다. 본당 설립 50주년을 축하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우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성당을 찾은 환우 27명은 옛 주임 신부에게 안수를 받고 신앙 안에서 깊은 위로를 받았다.
제3대 주임으로 사목했던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는 8일 서울대교구 난곡동본당(주임 이요섭 신부) 신자들과 다시 만났다. 본당이 설립 50주년과 정기 희년의 겹경사를 맞아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한 것. 각 구역 봉사자들이 환우 가정을 직접 방문해 환우들을 성당으로 모셔왔다. 강 주교는 영성체 시간에 환우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안수를 하며 하느님 은총을 청했다. 환우들은 대성전 맨 앞자리에 앉아 미사를 봉헌했다. 안수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신자들도 있었다.
2년 만에 성당에 온 김정숙(마리안나, 89)씨는 “주교님의 안수를 받으니 감격스러웠다”면서 “나도 신앙생활하며 나이 들어 가고 있는데, 오랜만에 뵌 주교님의 나이 드신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글썽였다.
강 주교는 1985년 8월 난곡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해 이듬해 2월 본당을 떠났다. 1985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되면서 약 5개월간의 주임 사제로서 사목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첫 주임 신부로 사목한 본당이었기에 제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주일 미사 5대를 혼자 집전하고 사제관에 돌아가면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신자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은총이었습니다.”
강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한겨울 빙판길에 환자 가정을 방문했던 일, 외짝 교우들을 위해 잔치를 열었던 일 등을 회고하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난곡동본당은 저의 첫 사랑이자 고통스러운 이별이었다”고 전했다.
23년째 제주에 머물고 있는 강 주교는 주교품을 받은 뒤 서울대교구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했고, 이후 소공동체 사목에 힘을 쏟았다.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오랫동안 차별과 핍박 속에 살아온 제주도민들의 삶과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됐다. 강 주교는 은퇴 후에도 제주 4·3을 알리고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본당 협력사목 사제 김세훈 신부는 환영사에서 강 주교가 성직자들의 사회 참여에 대해 언급한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50주년을 맞은 난곡동본당 공동체에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모회장 이영순(데레사)씨는 환영사에서 “가정방문과 전 신자 성지순례 등 단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시던 중 주교로 임명되시어 본당 신자들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며 “당시 주교님은 아주 핸섬하신 청년 같으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본당은 50주년을 맞아 전 신자 성경 필사, 헌혈 및 장기기증 등 생명나눔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50주년 기념미사는 9월 14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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