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회장님은 하느님”‘ 모두를 위한 경제’로 일터 바꾼 IT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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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콜라레 운동 창설자 끼아라 루빅이 남긴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는 회사의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는 최준호 대표이사.

기업 서버용 HW/SW 공급·유지·보수
직원 대부분 고객사 데이터센터 상주




복음의 가치로 회사 키운 최준호 대표
“EoC 기업의 키워드는 ‘지속가능성’”
‘모두가 좋게 여기는 일’ 경영 철학으로



회사 운영 초기 성심당 경영철학 배워
학력·정년 걱정 없는 가족 같은 회사
사회공헌·복지 힘쓰는 ‘무지개 경영’ 추구




“우리 회사의 진짜 회장님은 제가 아니라 하느님입니다. EoC 기업으로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여인이 착하기만 해선 안 됩니다. 회사가 살아야 선한 일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최준호 대표이사)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IT밸리에 있는 (주)엘에스씨시스템즈(대표이사 최준호)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 사이로 ‘서로 사랑하자 - 항상 즉시 기쁘게’라고 적힌 액자가 보인다. 사무실 입구에는 포콜라레 운동 창설자 끼아라 루빅이 생활말씀으로 남긴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글귀와 함께 작품이 걸려있다. 지난해 1월 암투병하다 유산을 기부하고 선종한 포콜라레 회원의 작품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는 회사의 경영 이념이다.



정년 퇴직 걱정 않는 회사

LSC Systems는 글로벌 기업의 고속 컴퓨팅 인프라를 책임지는 IT 전문회사다. LSC는 Light Source Creations의 약자로 빛의 원천인 ‘모두를 위한 참된 회사’라는 의미가 담겼다. 고성능 컴퓨팅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과 사회, 인류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직원 138명은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사 고객사 내부의 데이터센터에 상주하고 있다. 인덕원IT 밸리 본사 사무실에는 경영지원부와 영업 관련 직원들이 근무한다.

“영화에 보면 거대한 서버룸이 나오죠. 그 서버 하나하나가 수십만 대의 컴퓨터 역할을 합니다. 저희는 그런 서버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을 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클라우드 환경이죠. 저희는 대규모 인프라를 설치해, 데이터 재해를 예방하고 복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HPC(고성능 컴퓨팅)·데이터센터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 곳에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준호(요셉, 62) 대표는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반도체연구소에서 26년간 일했다. 그가 엘에스씨시스템즈 대표이사로 취임한 때는 2014년. 당시 삼성의 협력사였던 엘에스씨시스템즈의 사장 권유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사장은 암투병 중이었고, 몇 년 후 세상을 떠났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년 퇴직을 걱정하지 않는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벌과 관계없이 누구나 존중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학벌과 정년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이 회사에서 그 스트레스를 없애고 싶었습니다.”

최 대표는 삼성을 떠나 엘에스씨시스템즈 대표로 취임하면서 복음의 가치를 기업 경영에 접목했다. 그는 학력이 부족하거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이들을 우선 채용하고, 이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했다.

그는 “모든 이를 똑같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남녀노소, 학벌과 관계없이 임직원 모두를 단 하나뿐인 소중한 이들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며 “직원들이 한가지 이상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공인 기술 자격증 취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는 IT 관련 국제 공인 기술 자격증 260여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학력이 부족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채용해 키워놓으면, 때때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분명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모두를 위한 경제’가 맺은 열매, 하나의 수확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꼭 저희 회사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인정받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늘 격려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회사에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직원들의 기술 역량이 쌓이면서 주요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등급이 상승했고, 이는 곧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주)엘에스씨시스템즈 최준호 대표이사는 학벌과 정년 없는 회사를 경영하며, 모두를 위한 경제를 일터에서 실현하고 있다.

학력 부족·형편 어려운 사람 우선 채용

그는 회사 운영 초기 ‘모두를 위한 경제’ 이념을 실천하고자 성심당의 경영 철학을 배웠다. 친형처럼 지내는 성심당 임영진(요셉) 대표이사의 집에 며칠씩 머물며 직접 경영 이념을 익혔고, 성심당의 ‘무지개 경영 방침’을 회사에 그대로 도입했다. ‘무지개 경영 방침’은 일곱 가지 빛깔로 구성돼 있다. △빨강 - 투명한 경영과 올바른 나눔 실천 △주황 - 고객과 사회, 인류의 발전에 기여 △노랑 - 윤리 경영의 가치와 문화 공유 △초록 - 임직원의 삶의 질 향상과 인간 존중 △파랑 - 활기차고 안전한 일터 조성 △남색 - IT 분야 최고의 전문가 되기 △보라 - 한 가족처럼 생각의 일치 이루기 등이다.

또 그는 직원 간 일치와 친교를 도모하기 위해 사내 소식지 ‘레인보우’를 정기적으로 발행한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배우자와 함께 받을 수 있는 종합건강검진 혜택을 제공하며, 대학생 자녀에게는 전액 학자금을 지원한다.

최 대표는 2016년 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열린 EoC(모두를 위한 경제) 학교에 참석했고, 2017년에는 EoC 25주년을 맞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대회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이듬해에는 ‘예언적 경제’ 로마대회에 참가하고, 아시시의 EoC 기업들도 방문했다. 그는 ‘모두를 위한 경제’를 일터에서 실천하는 국내외 기업인들과 함께 그 길을 걸어오고 있다.

현재 수원교구 망포동본당 총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최 대표는 30대부터 본당 사목위원 등으로 꾸준히 봉사해왔다. 그는 매달 직원 한 명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EoC 국제위원회에 기부하고 있으며, 양로원이나 복지시설 등에도 매년 1억 원 이상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2011년, 직원 9명에 매출 10억 원 규모였던 엘에스씨시스템즈는 현재 직원 수가 140명에 이른다. 매출도 400억 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현재는 약 200평 규모의 사옥 부지를 확보해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무사와 회계사들은 최 대표에게 가족법인을 설립해 대지를 매입하면 수백억 원대 자산 증식이 가능하다고 조언했지만, 그는 깊은 고민 끝에 이를 거절했다.

“세 가지 이유에서 거절했습니다. 첫째, EoC 기업인으로서 그런 방식은 제 신념과 맞지 않았고, 둘째, 임직원 전체가 아닌 나 혼자 폭리를 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는 재산을 많이 물려줘서 잘된 자식을 본 적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전액 회사 자금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는 “EoC가 과연 내 회사를 꾸려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고민한 적도 있다”며 “그런데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결국 EoC 이념이 저를 지켜주고 용기를 준다”고 밝혔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포콜라레 영성에서 배운 단순한 가르침인 ‘먼저 사랑하고, 상대방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하며, 모든 이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합니다. 제 꿈은 ‘모두를 위한 경제’를 일터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EoC가 꿈꾸는 세상의 한 조각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 ‘모두를 위한 경제’를 부탁해

경제를 통해 공동선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EoC위원회와 함께 사람과 생명을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그 이윤을 사회의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따뜻한 기업들을 탐방합니다. EoC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1991년 시작된 글로벌 경제사회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