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 알코올 중독자 수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대물림되는 만큼 중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한데요.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가정이 있습니다.
이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VCR]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엄마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데 그게 내 잘못인가요?'라는 말이었어요…"
서울대교구 알코올 전문치료병원인 카프성모병원 유튜브 채널의 동화 ‘재스퍼의 소원’입니다.
알코올 중독 가정을 지원하는 영국의 '나코아'(NACOA)가 만든 이 동화에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함께 사는 주인공의 불안한 마음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알코올 중독인 부모의 학대와 방임은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과 상처를 남깁니다.
<김주원(가명) / 알코올 중독 가정 자녀>
"술을 안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술을 숨긴다거나 그냥 버린다든가 아니면 애초에 사오지 못하게 한다든가…"
어머니 방씨는 술로 인해 형제자매는 물론 아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방 세라피나 / 서울시건강복지센터 회복자상담가>
"술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니까, 저는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술 마시는 사람이나 주변인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마시고 하다 보니까 가족들을 힘들게 한 거죠…"
방씨는 아들이 12살이 되던 2018년 카프성모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5개월간의 입원과 치료, 상담 끝에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방씨는 입원 기간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방씨는 4년 전부터는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방 세라피나 / 서울시건강복지센터 회복자상담가>
"그분들이 (회복을 위해) 100% 노력을 하시잖아요? 그러면 제가 10% 정도 지지와 응원을 보내드리는 것이거든요. 그분들이 큰 회복이라기보다는 저랑 있는 시간만큼은 좀 편안했으면 좋겠다, 이런 데가 있구나…"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은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우리 안젤라 / 카프성모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근본적으로 이게 심리적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 생기는 질병입니다. 중독이라는 질환 자체가. 뇌는 손상이 되면 회복이 되기가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의지만으로 단주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고…"
카프성모병원은 알코올 중독 치료와 지원뿐만 아니라 중독가정 아이들을 위해 해마다 2월이면 '중독가정 아이들 관심주간' 캠페인을 펼치며 중독가정 지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