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에서 성직 업무를 보좌해 종교행사 준비 등 임무를 담당하는 군종병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4일 마감된 오는 7월 육군 전문특기병 중 군종병은 70명 정원에 86명이 지원했다. 종교별로 개신교는 40명 중 50명이 지원했고, 천주교는 12명 모집에 21명이 신청했다. 불교는 18명 모집에 15명이 지원하며 선발 정원에 못 미치는 등 감소 추세다. 개신교 군종병의 경우도 3일까지 지원자 수가 모자랐지만, 신청 마감일인 4일에서야 모집 인원을 넘겼다.
군종병은 종교 의식 및 전례 준비를 보조하고 성직자의 활동을 돕는 전문 특기병이다. 천주교·불교·개신교가 군종병을 선발해 예하 부대에 배치한다. 현역 판정(신체등급 1~4급)을 받은 18세 이상~28세 이하 인원 중 관련 종교 전공학부에 일정 기간 이상 재학 중이거나 세례받은 지 수년이 지나면 지원 가능하다.
2024년 7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발대식에 군 장병들이 참여한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
군종병 지원율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천주교 군종병 지원율(육군 기준)은 올해 1.5 대 1 내외를 보이지만 불교 군종병은 1 대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잦다. 개신교 군종병은 그간 지원병 수가 모집 정원의 2배수 내외를 기록했지만, 이번 접수에선 1.25대 1을 나타냈다. 2023년 11월 입영하는 지원병 모집에서는 각 교계 모두 1 대 1에도 못 미쳤다. 2016년 한 해 동안 불교 20명 중 50명, 개신교 60명 중 374명, 천주교 16명 중 101명이 지원한 때와 대비된다.
해군은 한자릿수 모집에도 모든 종교에서 1 대 1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달 5일까지 접수한 올 6월 해군 군종병 지원자는 모집 인원 7명 중 2명이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1명씩 신청했고, 불교는 없었다. 공군은 이미 지원자 및 선발 인원 저조에 따른 충원 제한으로 2022년 4월 군종병 지원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공군은 현재 훈련병 중 지원을 받아 군종병으로 차출한다.
현장에서는 군종병 지원율이 낮아진 것이 특기병으로서 이른바 ‘장점’(메리트)이 상쇄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군종 사목자는 군종병 지원 이유에 대해 “그간 훈련 및 작업에서 열외되고 일과 중 부대 밖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고, 신앙적 성장을 이룰 수 있어 인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의 급감한 지원율은 일반병들의 처우가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주일에 사목자를 보좌하는 역할을 신앙적 의미보다 추가되는 일로 받아들이면서 관심이 줄게 됐다는 것이다. 한 해군 군종신부는 “일반 전투병들은 동기생활관·휴대전화 사용 등 처우 개선이 이뤄지는 중이지만 군종병들은 소수 인원이 군 생활 내내 한 종교시설에서 한 명의 군종장교를 보좌해야 하는 특성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내비쳤다. 특히 이 신부는 “해군은 군종병이 함정에서 근무하는 갑판병으로 일정기간 복무해야 하는 조건이 달려 있어 지원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절벽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병역자원 고갈로 한 사단 예하 예비군 동대 상근예비역 충원조차 원활치 못한 곳이 수십 곳이라는 전언이다. 더불어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답한 청년층 비율이 약 70%(한국리서치, 2024 종교인식조사 기준)에 달하는 등 이러한 인식과 문화가 군 입대 자원·신앙인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육군 관계자는 “지금은 모집병 지원 인원 자체가 줄고 있고, 이같은 현상은 군종병 지원 숫자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군종신부는 “군종 부사관도 부족해 군무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