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와 관련한 교회의 가르침 (20)

(가톨릭평화신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3년 사순시기 메시지 “목마르다.”(요한 19,28)

“저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요청합니다.”

1993년 사순시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호소하셨습니다.

“대지가 사막으로 변해가는 저 비극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세계 도처에서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이 없어 고통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특별히 기억하십시오.”

저는 교황님의 이러한 호소가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예수님의 목소리와 늘 함께하셨기 때문에 이런 호소가 나왔다고 믿습니다. 1993년 사순시기 메시지를 보면 교황님께서 얼마나 예수님 목소리에 민감하셨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치고 목말라 야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좀 다오’(요한 4,7) 하시는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분의 꺼져가는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목마르다.’(요한 19,28) 바로 오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간청을 거듭 되풀이하시며, 극도로 가난한 우리 형제자매들 안에서 당신 수난의 고통을 되새기고 계십니다.”
 

교황님께서 이 메시지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로 깨끗했던 물을 오염시킴으로써 풍요의 대지를 불모의 사막으로 변하게 한 원인이 바로 인간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지구의 자원을 존중하지 않을 때에, 그 자원을 남용할 때에, 그들은 불의를 저지르고 범죄를 자행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이 수많은 형제 자매들에게 가난과 죽음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의 균형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산업 개발과 기술 이용이 환경에 심대한 손상을 끼치고 극심한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누가 보나 극히 명확한 일입니다. 1993년 사순시기 메시지를 다시 읽으면서 교황님께서 얼마나 환경 문제와 관련해 마음 아파하셨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메시지의 마지막에서 이사야의 예언이 하루빨리 성취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계십니다. 저 또한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실현될 날을 위해 교황님의 기도에 함께합니다. “사막에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냇물이 흐르리라. 뜨겁게 타오르던 사막은 늪이 되고, 메마른 땅은 샘터가 되리라.”(이사 35,6-7)

다음호부터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5년 6월 18일 발표하신 「찬미받으소서」 (Laudato Si’)를 자세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