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수도원·구 왜관성당, 순례지 지정

(가톨릭평화신문)
왜관성당과 수도원 전경.출처=수도원홈페이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구(舊) 왜관성당이 대구대교구 순례지로 지정됐다.

대구대교구는 공문을 통해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과 구 왜관성당’을 교구 순례지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제들에게 “많은 신자들이 새롭게 선포된 순례지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체험하고 신앙심을 증진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구 왜관성당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신앙, 사목적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소이자, 지역 신자들의 신앙이 깊이 뿌리내린 곳이다.

왜관수도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남자 수도원으로 1909년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 서울 혜화동에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북한 공산정권의 박해와 탄압으로 많은 수도자가 순교했고, 한국전쟁 중 피난을 떠난 수도자들은 1952년 왜관에 정착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성 베네딕토 수도규칙에 따라 가톨릭 수도승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순심중·고등학교, 한센인 정착촌, 결핵 요양원, 출판사, 공예 작업장 등을 운영하며 지역 복음화와 발전에 이바지했다.

구 왜관성당은 1928년 건립됐으며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올해 2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성당은 한국전쟁 시기 미국 작전본부 및 북한군 병원으로 쓰였으며,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레지오 마리애가 창단(1957년)된 본당이기도 하다. 수도원과 성당은 순교자 현양과 시복,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위한 기도 장소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왜관본당 주임 사제들(3위)과 북한에서 순교한 덕원의 순교자 하느님의 종 38위 시복이 추진 중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구 왜관성당이 교구 순례지로 공식 지정되면서 가실성당·신나무골 성지·한티성지 등 교구 내 성지들과 연계한 순례 네트워크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