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함께 봉사하는 기쁨

(가톨릭신문)

‘행복’이란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작지만 소박한 기쁨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 속에서 그들이 각자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지난 6월 북수동본당에 새로 부임하신 김승호(요셉) 신부님은 모두에게 감동과 행복을 전하고 계신다. 달빛순례는 물론이고 모든 순례자에게 해설 전 강복해 주시고 순교에 대한 영성을 직접 전해 주신다. 


길게는 3시간이 걸리는 순례가 마치길 기다리셨다가 미리 준비해 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나눠주기도 하신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순례를 오신 신자들 모두가 신부님의 배려에 감동하고 돌아가셨다.


또 성당 곳곳의 잡초를 뽑으시고 늦은 밤이면 성지 안을 걸으며 묵주기도를 하신다. 모두에게 세심한 배려와 온정을 나눠주고 계심에 깊이 감사드린다.


함께하는 동료이자 제자들인 성지순례 해설사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큰 기쁨이다.


최근 순례 해설을 나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한 명이 해설하는 것이 아닌, 주요 장소에서 서로 다른 해설사가 자신의 영성을 더한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다. 각자가 준비한 내용이 다르다 보니 해설을 들으면서 각자의 깊은 신심에 감탄할 때가 많다. 


가장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은 성지를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위해 매일 당번을 정해 성지에 상주하며 순례자들에게 다가가는 해설을 하는 것이다. 순례 도장만 찍고 돌아서는 신자들에게 다가가 성지 해설을 안내하면 대부분 해설을 듣겠다고 하신다. 


수원화성순교성지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를 듣고 환한 표정으로 행복하게 귀가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모두 각자의 일이 있고 바쁜 일정을 쪼개어 봉사하며 공부하고 있기에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몸이 불편함에도 언제나 밝은 미소로 함께 하시는 자매님들, 은퇴 후에도 활발히 봉사하시는 시니어분들, 순례 해설이 있을 때마다 안전을 위해 봉사해 주시는 형제, 자매님들이 계시기에 순례가 빛날 수 있었다. 이렇듯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은 세상이 주는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복자 황일광(시몬)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게는 두 개의 천국이 있습니다. 천한 백정인 저를 점잖게 대해준 이 세상의 삶이 제겐 천국이고, 죽은 뒤 가게 될 하늘나라는 또 하나의 천국입니다.”



글 _ 이창원 바오로(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