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삶이 녹아있는 미리내성지는 제게 천국과 같은 장소입니다. 많은 분이 오셔서 신심을 굳건히 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 문화관광해설사 김미남(베로니카·75·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씨는 18년째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에게 해설을 전하며, 지금도 성지를 향하는 길이 늘 설레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깊은 산골에 자리한 미리내 교우촌은 낮에는 자취를 찾기 어려웠지만 밤이면 은하수처럼 빛나, 그 모습이 은하수를 닮았다 해 ‘미리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 신앙 선조들의 흔적을 간직한 성지가 되었고, 오늘날도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김 씨 역시 성지의 자연과 김 신부의 고귀한 신앙심에 이끌려 안성에 정착, 해설사로 봉사하며 삶을 이어오고 있다.
“전원생활을 위해 안성으로 이사 왔을 무렵, 성지 해설사를 모집하고 있었어요. 교회에서 봉사를 하고 싶었기에 지원했고, 안성시청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미리내성지에서 들을 수 있는 ''베로니카 해설사''의 해설은 생생한 감동을 전하기로 유명하다.
“김대건 신부님 묘지 앞 공터에서 20분 남짓 해설을 진행하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신부님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집중합니다. 신부님과 또래였던 청년이 고문을 받는 모습을 묘사하며,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신부님의 신앙을 전하고자 노력합니다.”
18년 동안 같은 내용을 전해왔지만, 마음은 처음과 같다. 진심이 담긴 해설에 순례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거나, 다시 성지를 찾아 같은 해설을 듣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번은 해설 중 김대건 신부 역할을 맡았던 청년이 캐나다에서 메일을 보내온 적이 있어요. 제 해설을 듣고 감동해 전공을 교회사로 바꿨다며 관련 서적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군요. 아주 잠깐의 해설이지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삶과 신앙을 짧은 시간 동안 해설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을 압축적으로 전하면서도 오류가 없어야 한다. 그가 교회사 공부를 쉬지 않는 이유다.
“페레올 주교님이 김대건 신부에 대해 ‘훌륭한 사고력, 깊은 신앙심, 순수하고 진지한 신앙생활, 뛰어난 웅변력과 어휘력으로 김대건을 한번 본 사람은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신 내용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예비신자들이 오시면 꼭 이 모습을 따라 신앙생활을 하시라고 조언해 드리곤 합니다."
김 씨는 성지에서 기도할 때마다 순교 성인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기도하다 보면, 김대건 신부님이 제 곁에서 기도에 응답해 주시는 듯한 체험을 합니다. 순교 성인들의 삶이 녹아 있고, 그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이곳에서 우리의 신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