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성당 초대 주임 보두네 신부 서한집 출간

(가톨릭평화신문)


1859년 프랑스 남부의 신심 깊은 가정에서 태어난 보두네(1859~1915, 한국명 윤사물) 신부는 1884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조선에 파견됐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충청도에서 선교를 시작한 그는 1888년 전주로 파견돼 완주 소양 대승리에 3년간 머문 뒤 1889년 전동본당 초대 주임으로 부임했다. 현재 전동성당 주차장 자리에 있던 한옥을 매입해 선교를 시작했으며, 전라도 선교사 대표로 동료들을 지원했다. 교우들과 함께 모은 정성과 자신의 절약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1914년 전동성당을 완공했다.

전주교구 전동본당(주임 김성봉 신부)은 「보두네 신부 서한집」(보두네 신부 지음 / 조안나 옮김)을 발간하고, 11일 교육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책은 보두네 신부가 프랑스 본국으로 보낸 편지를 모은 것으로, 전라도 지역에서 천주교가 형성된 과정을 담고 있다. 서한집에는 성무집행 보고서를 비롯해 당시 전라도 교우들의 신앙과 박해 상황, 선교에 장애가 된 개신교도의 활동, 성당 건축 현황, 신부들의 주거환경 등이 망라돼 있다.

「보두네 신부 서한집」은 보두네 신부의 삶에 감동한 김성봉 신부가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희생하며 공동체를 일군 초대 주임 사제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발간하게 됐다. 김 신부는 2023년 보두네 신부가 프랑스를 떠난 지 139년 만에 그의 고향을 방문해 후손들을 만났고, 이듬해에는 본당 신자 30여 명과 함께 다시 현지를 찾았다.

김 신부는 김영춘(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 신부에게서 보두네 신부의 편지들을 전달받았다. 이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수많은 편지 필사본을 판독해 전사(轉寫, 글을 옮겨 씀)한 고 지정환(벨기에 출신의 전주교구 사제) 신부와 고 김진소(호남교회사연구소 초대 소장) 신부의 노고의 결실이었다. 편지 원본을 소장한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자료와 대조·점검했고 누락된 편지도 추가로 제공받았다. 이후 프랑스어 번역 전문가 조안나씨가 번역을 맡으면서 세상 빛을 보게 됐다.

김성봉 신부는 발간사에서 “보두네 신부님을 알리는 것은 단순히 전동성당만이 아니라 전주교구와 우리 교회를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 부임 초기부터 신부님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착한 목자 보두네 신부님의 서한집을 통해 우리 신앙의 고귀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우리 역시 귀한 신앙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출판기념회에는 본당 사목위원들과 순교현양위원회 회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강효정(체칠리아) 자매의 첼로 연주와 함께 보두네 신부의 발자취를 담은 사진을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