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The Tower of Babel)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가톨릭평화신문)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 1525~1569), 바벨탑, 유화, 참나무 패널, 114×155cm, 1563, 빈 미술사 박물관, 오스트리아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창세 11,4)
하늘 높이 탑을 쌓으려는 인류의 욕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99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세워진 ‘페트로나스트윈 타워’(452m)는 미국이 독점해온 세계 최고층 타이틀을 처음으로 빼앗아 왔다. 하지만 이 건물을 곧바로 2위로 밀어낸 건물이 2004년 대만에서 나왔다. 101층, 508m 높이인 ‘타이베이 101’이 그것이다. 이 기록을 깨고 현재까지 세계 최고층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829.84m)다. 2024년 9월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은 높이 679m의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빌딩이다.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의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바벨탑을 향한 인간 욕망에 대한 경고다. 그림 속 바벨탑의 중앙축이 기울어져 있는 것은 인간의 허영과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드러내고 있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 이것이 화가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다. 화가는 또 바벨탑이 지닌 이중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를 억압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림 속 바벨탑은 그 아래 도시의 모든 생명을 눌러버릴 듯한 기세다.
하지만 바벨탑을 반드시 인간의 악이 초래한 절망적 사건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욕망의 꺾임 속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성경에 또한 녹아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바벨탑 이야기 바로 뒤에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배치하고 있다. 인간이 바벨탑을 지어 하느님께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결국 인간의 죄를 용서하신다. 선으로 이끄시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신다.
여기서 우리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인간 : 그 인간을 위해 낮은 곳으로 오시는 하느님’이라는 ‘상승하강 구조’를 읽을 수 있다. 낮은 인간은 바벨탑을 지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높으신 하느님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다.
우리를 인간적 욕망의 꼭대기가 아닌, 참 하늘로 올라가도록 하기 위해 아기 예수님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다.
“그분께서 올라가셨다는 것은 그분께서 아주 낮은 곳, 곧 땅으로 내려와 계셨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에페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