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월 22일부터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됩니다.
단어 그대로 민생회복을 위한 것이지만, 1차에 이어 2차에도 이주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6년 E-9 비자로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온 만실 씨.
최근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아 실직 상태가 된 그에게 15만 원은 적지 않은 돈입니다.
<모하메드 만실 / 스리랑카·2016년 입국>
"한국에 (온 지) 9년 됐습니다. 한국에 세금 다 잘 냈습니다. 15만 원 큰 돈이니까 그거 받으면 고기 사 먹고, 머리 자르고..."
자동차 공장을 그만 두고 허리 디스크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붓따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붓따 자카르 / 네팔·2017년 입국>
"(민생회복 소비쿠폰) 알고 있습니다. 그거. 다른 사람은 받았는데 우리들만 안 받았어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요."
9월 22일부터 시작되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주노동자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1차에 이어 2차 역시 결혼이주민과 난민 등 일부 외국인만 지원받을 뿐,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13%에 달합니다.
이주노동자는 보통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고용허가제 비자인 E-9과 H-2비자로 한국에 들어옵니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이주노동자와 만나온 양승환 신부는 "세금을 내며 한국 사회에서 일하고도 정작 권리는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양승환 신부 /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이웃살이>
"이 친구들이 4대 보험을 다 내고 있어요. 그런 세금들을 다 내고 있기 때문에 그 세금에 맞는 또 합당한 권한도, 권리들도 누리셔야 되는 게 아닌가. 그 의식의 전환이 됐을 때 다른 것들이 보일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가)주위에 의외로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지원금에서 배제되는 건 재외동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진혜 변호사 / 이주민센터 친구>
"F4 비자가 대표적인 동포 비자인데, 노령이라든가 일을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 상황에서 이분들도 이제 한국인과 함께 살지 않으면 다 배제되는 문제가 있어요.
정부는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하다 보니, 국민을 대상으로 공익을 우선 원칙으로 삼고, 외국인은 예외적으로 선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차와 2차 모두 예산이 확정된 상황이라, 지원 대상을 조정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내국인과의 관계 여부를 기준으로 외국인을 예외 선별하는 자체가 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박영아 변호사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외국인의 지위를 한국인한테 이제 종속시키는 거거든요. 외국인을 어떤 독립적인, 자기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에 대해서 이제 종속적인 존재로 봐서 이 사유 자체도 굉장히 차별적이다."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는 단순히 지원금 수령을 넘어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지원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사회 통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기복 /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시민으로, 지역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의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봐요. 정부가 정책을 설계할 때 이런 민생 쿠폰 하나 하고 미래를 놓고 보면 이주민들을 배제하는 것들이 상수화되다 보면 어떻게 사회통합이 되겠어요?"
민생회복을 내세운 소비쿠폰.
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를 배제한 지급 방식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기적 지원을 넘어 장기적인 사회 통합의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