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가자 지구 학살을 멈추어라
(가톨릭평화신문)
가자 지구의 하늘은 오늘도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빵 한 조각 없이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어느덧 700일을 넘겼습니다. 700여일 동안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과 봉쇄가 이어졌습니다.
유엔은 이미 가자 지구 일부 지역에서 식량 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famine)’이 발생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텅 빈 손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가자 지구 주민들이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비극은 단순한 전쟁의 비극이 아닙니다. 인간 존엄을 파괴하는 집단적 범죄입니다.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이 집단 학살, 제노사이드(genocide) 행위 기준 다섯 가지 중 네 가지를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인을 살해하고, 심각한 고통을 가하며, 생존 조건을 파괴하고, 출생을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집단학살 배후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있다고 유엔은 지목했습니다.
이런 만행 앞에 국제 사회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떤 국가는 이스라엘에 오히려 무기를 보냈습니다. 가자 지구의 병원이 파괴되고, 기자와 구호대원이 살해당해도. 구호품을 받으려 몰린 주민 수백 명이 총탄에 쓰러져도 국제 사회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자 지구의 비극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인이 굶주림에 짓눌리고 있다.”고 교황은 단순한 호소했습니다. 교황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굶주리는 아이의 눈을 보고도 우리는 여전히 침묵할 것인가? 교황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지금 유엔 안보리 의장국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도 전쟁 범죄에 얽혀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합니다.
이제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은 멈춰야 합니다. 가지 지구에 대한 봉쇄는 풀려야 합니다. 구호품은 자유롭게 가자 지구에 들어가야 합니다. 민간인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의장국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휴전을 촉구하고,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며, 국제법의 이름으로 학살을 막아야 합니다.
교회는 믿는 이들에게 연민과 정의를 함께 요구합니다. 연민은 굶주린 자에게 빵을 내미는 손길입니다. 정의는 그 빵이 다시 빼앗기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용기입니다. 오늘 우리는 연민에서 멈추지 말고, 정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자 지구의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숫자가 아니라, 한명 한명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존엄한 생명입니다. 우리는 그 이름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행동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가자 지구 학살을 멈추어라>입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비극이 멈추어 예수가 태어난 땅에 평화의 강물이 넘쳐 흐르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