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 합법화 강행… 교회 ‘강경 대응’ 예고

(가톨릭평화신문)
16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가 확정된 가운데, 낙태약 도입을 천명했다. 사진은 정부가 도입 을 추진하고 있는 낙태약이다. OSV


‘낙태 합법화’와 ‘낙태약 도입’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과제는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이다. 이를 위해 ‘임신중지(낙태)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한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이 목표로 설정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 및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명시돼 있다. 정부 차원에서 낙태를 합법화하고, 낙태약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2019년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 넘는 입법 공백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결정이 낙태란 용어를 ‘임신중지’로 바꾸고, 낙태를 위한 약물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낙태 합법화가 국정과제로까지 설정된 것은 박정희 정권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가족계획사업(산아제한 정책)의 하나로 모자보건법을 만들어 특정 기간(개정 전 28주) 안에 낙태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시대를 거스르는 이번 국정과제 발표에 가톨릭교회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 잇따라 발의된 일명 ‘무제한 낙태 허용 법안’들에 주교단이 반대 성명을 내고, 국회를 찾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도 생명에 반하는 국정과제를 발표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생명 없는’ 국정과제와 법안에 주교회의는 한국 교회 차원의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권리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놓일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주교는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정을 잘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회가 우려하는 낙태 전면 허용 입장을 견지한다면 교회는 강도 높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주교는 이어 “낙태로부터 여성과 태아를 보호하고, 낙태에 대한 병원·의사·약사의 거부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평신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성교육을 의제로 채택해 성·사랑· 생명교육을 더욱 정례화하고 다각화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교회는 ‘낙태’를 ‘임신중지’로 바꾸는 데 대해서도 반대한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임신중지’라는 단어는 ‘낙태가 한 생명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살해라는 중대한 본질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잘못된 용어”라고 비판했다.

낙태약 도입은 어떨까. 낙태약은 낙태 시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임신 사실을 들킬까 병원 찾는 것을 꺼리는 청소년 등 위기임신부 상황이 사회적으로 이어지면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구용 낙태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만큼 안전성도 보장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찬주(아가타) 교수는 “약물을 통한 낙태는 과다 출혈·복통·구토·감염·자궁파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과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며 “약으로 낙태하면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불완전한 낙태로 인해 추가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은 낙태약을 허용하고 있는데, 입원해야만 복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입원해서 약을 쓸 정도면 그것이 결코 수술보다 약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은호 신부는 “낙태약 도입은 의학적 진단 없이 음지에서 행하는 낙태의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며 “이는 여성의 건강권을 위한 방법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임신중지 약물의 경우 불법유통 문제가 있어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