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생명 존엄 되새겨요”

(가톨릭신문)

”수태 순간부터 이미 성별과 눈동자, 머리카락 색깔, 보조개와 턱의 모양까지도 정해진다니…. 설탕 알갱이보다도 작은 수정란 속에 우주만큼 거대한 신비가 깃들어 있었던 거예요. 살면서 어린 생명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행사가 각별한 체험의 장이었습니다.”


9월 21일 서울대교구 대방동성당(주임 남상만 베드로 신부) 대성당 앞마당과 프란치스코홀에서는 본당 신자들이 태아 모형을 안아보고 아기 손 모상(模像)을 잡아보며 인간 생명의 신비와 존엄을 체험하는 행사가 열렸다. 교회의 생명 수호 가르침을 신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되새길 수 있도록 본당 가정생명분과(분과장 서정민 프란치스코)가 20일부터 이틀간 마련한 생명 전시회다.


특히 낙태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7월 발의된 시점에서, 가정생명분과는 신자들에게 가톨릭 생명 윤리의 기초 인식을 심어주고 입법 반대 목소리를 모으고자 전시회를 기획했다. 


프란치스코홀의 ‘태아 존(Zone)’을 찾은 신자들은 임신 주기별 실제 크기의 태아 모형을 직접 보고 만져보며 생명의 책임을 깊이 새겼다. 앞마당의 ‘약속 존’에서는 아기·청년·노인의 손,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하는 손을 형상화한 청동 모상을 잡아보며 생명 보호를 다짐했다.


‘홍보 존’에는 낙태 상처 치유 프로그램 ‘희망으로 가는 길’ 등 교구 생명위원회의 다양한 생명 수호 활동이 소개됐다. ‘전시 존’에는 ‘2025 생명수호 일러스트 공모전’ 당선작들이 전시됐다.


성모당의 ‘성모 존’에는 복중 태아의 수호자이신 과달루페의 성모 성화가 전시됐고, 바로 옆 ‘기도 존’에서는 신자들이 각자의 기도 지향을 적어 생명나무에 매달았다.


“낙태했던 두 아기가 생각났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엄마가 미안하고 다시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 “아기를 가지고 싶어요” 등 생명나무에 걸린 기도 지향은 10월 19일 본당 교중미사 때 봉헌될 예정이다.


천영희(데레사·68) 씨는 아들 백성우(대건 안드레아·45) 씨가 적은 기도 지향을 생명나무에 대신 걸어주며 “우리는 하느님을 믿기에 고통 속에서도 힘을 내고 생명의 기쁨을 맛본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 없이는 어둠뿐일 삶에서 우리는 신자로서 과연 살아 있음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지 잠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본당 교중미사에서는 주임 남상만 신부가 임신 청원 부부 2쌍과 임신한 부부 5쌍에게 직접 안수하는 태아 축복식도 열렸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