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믿음의 유산 - 나눔, 봉사 그리고 기도

(가톨릭신문)

아버지는 집에 선물이나 좋은 것이 들어오면 그것이 크든 작든 제일 먼저 똑같이 나누셨다. 항상 기쁜 얼굴로 가족들과 가까운 이웃을 챙기시는 마음이 참으로 멋져 보였다. 어머니를 모시고 지방에 가는 일이 있을 때면 어머니는 언제나 제일 먼저 그 지역의 성당을 찾아가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경당에 들어가 감실을 향해 기도를 드린 후에야 본인의 일을 보셨다. 미리 준비해 오신 10여 개의 돋보기안경을 경당 입구에 조용히 두고 오시곤 하였다.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을 맞아 나들이를 했을 때다. 언제나 온 가족이 다함께 근처 성당에서 먼저 미사드리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비롯한 조상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식사했던 기억이다. 신앙이 굳건하신 어머니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의 반도 따를 수는 없지만, 나는 1992년부터 양로원, 아동복지회를 시작으로 조금씩 정기 후원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여러 단체, 성지 등에 후원과 봉사를 함께 하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그 나눔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진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꾸준히 나눔을 지속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1999년 레지오마리애 활동을 하며 노숙인 배식과 장애인 목욕 봉사를 할 때는 어렵고 힘든 이웃들과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성지에서 전례와 성체 분배 봉사, 순례 해설까지 하고 있기에 매 순간 경건함으로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다.


교회에서 봉사를 하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다.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간에 봉사의 시작과 끝은 ‘기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당에서 봉사를 하고 또 직책까지 맡게 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게 되는데 그때 자칫 ‘하느님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이 되기 쉽다. 그런 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기도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26년 전, 시작한 성무일도는 너무나 소중한 기도의 시간이다. 매일 오전 아침기도를 시작으로 밤 끝기도까지 하루 5번. 시기에 따른 찬미가, 시편, 찬가로 돌아오는 시간마다 주님과 성모님을 기억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통해 매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를 드리며 주님을 따라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다짐한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주신 이 믿음의 유산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예수님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성 다블뤼 주교)



글 _ 이창원 바오로(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