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대체될까…국회서 ‘상대적 종신형’ 도입 논의 열려

(가톨릭신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이하 위원회)가 사형을 대체할 형벌로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위원회는 9월 1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김용민 의원, 민형배 의원 등 13명의 의원과 공동으로 ‘사형제도 폐지와 인권적 대안’ 주제 연례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5월 출범한 ‘사형제도폐지와 인권적 대체형벌 도입을 위한 연구 모임’이 준비 중인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에 나선 이덕인 교수(부산과학기술대학교 경찰행정과)는 가석방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이 아닌, 일정 조건 충족 시 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을 사형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절대적 종신형은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과 헌법 제37조 2항의 신체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느린 사형’과 다르지 않다”며 “교정·교화의 가능성을 차단해 형벌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별도의 대체 형벌을 신설하지 않고, 현행 무기징역을 최고형으로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석방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교수는 “최근 10년간 무기징역 수형자 중 가석방자는 128명으로, 연평균 0.5%에 불과하다”며 “가석방 심사의 최소 복역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고, 독일의 사례처럼 법원이 심사를 맡아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교수는 가석방 시 10년간 보호관찰·전자발찌 대상에 포함해 국가가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법안 세부 내용에 관한 의견이 오갔다. 오승진 교수(단국대학교 법과대학)는 “법원은 후견적 기능에는 적합하지 않아 가석방 심사를 맡게 되면 대부분 기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근 박사(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는 “법안 도입 시, 기존 사형 확정자들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라고 밝혔다.



김선태 주교는 인사말에서 “사형제도 폐지는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들을 더 잘 살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회가 조속히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을 발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 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위원회 정기회의에서는 법안 발의 시기와 입법을 위한 서명 운동 계획 등이 논의됐다. 위원회는 연말 혹은 연초에 법안을 발의해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 중인 개헌 과정에 ‘사형은 생명권 침해’라는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사순 시기에 맞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