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여기 계세요, 경비병의 순간 캡쳐 화면과 교회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유튜버 모습. 제미나이 제작
레오 14세 교황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교회 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유튜버 및 블로거들이 최근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에 교회는 신자들에게 교회 허위 정보 접근을 주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교황과 교회 관련 영상을 짜깁기하거나 AI를 활용해 교황 이미지를 생성하고 잘못된 소식과 교리를 전파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교황이 추기경 6명을 해임했다’ ‘충격 선언! 성직자 제도 붕괴’ 등 터무니없는 제목과 내용을 하루가 멀다 하고 제작해 퍼뜨리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으로 영상을 손쉽게 제작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해당 유튜버들은 매일 영상을 게재해 조회수가 적게는 수백 회, 많게는 수십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영상을 공유하거나, 가짜뉴스를 사실로 인지하면서 가톨릭교회가 발표하거나 거론하지도 않은 사실을 진실로 여기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에서 ‘교황’ ‘가톨릭’ 관련 영상을 시청하던 신자들에게 알고리즘을 통해 이같은 가짜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등장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경비병의 순간’ ‘예수님이 여기 계세요’ 채널은 이미 1만 명 이상이 구독할 정도이며, 게재한 영상도 수백 개에 이른다. 이처럼 교회 관련 가짜뉴스를 마구잡이로 퍼뜨리는 유튜버들 가운데에는 ‘슈퍼챗’으로 후원을 받으며 유료 회원을 모으고 있는 채널도 있어, 허위 정보로 수익 창출까지 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두 채널은 지난 4~5월 비슷한 시기에 생성됐다. 본지는 가톨릭교회에 관한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일부 유튜버에게 답변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
이들 채널은 실제 영상과 AI 영상을 교묘히 짜깁기한 행태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경비병의 순간’ 채널이 게재한 영상들에는 교황이 미사를 주례하거나 대중 일반알현에서 강론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실제 영상 주제와 맞지 않는 촬영본을 무분별하게 붙여 마치 교황이 직접 발언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채널 운영자는 교황청 공보지 ‘바티칸 뉴스’를 참고했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바티칸 뉴스에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없다. 특히 교리나 교회 가르침의 폐지 및 변경, 교회 제도 변화는 교회법상 교황청 심의, 교황 승인, 교황령 반포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교황은 즉위 후 이들 유튜버가 말하는 내용들과 관련해 절차를 진행하거나 밝힌 적이 없다.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방종우 신부는 “과거 교회 서적의 경우 교회가 인준을 통해 발간됐지만, 오늘날 교회 관련 가짜뉴스나 영상에 대해 어떠한 제재 장치가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방 신부는 “특히 신자 혹은 개인이 게시한 영상을 일일이 심의하거나 살피기 어려운 구조여서 가짜뉴스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회 내에 허위 영상을 규제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2013년 사난 아랄 미국 MIT 경영대학원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짜뉴스 유포 속도는 진짜뉴스보다 6배나 빨랐다. 방 신부는 “가짜뉴스는 전파 속도가 빠르고 판별이 어렵지만, 신자들은 의심이 들 경우 본당 성직자에게 우선 문의하면서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교회 또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널 운영자들은 거짓 증언이나 하느님을 그릇되게 말하는 행위가 계명에 어긋남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유튜버들은 실정법상 이같은 행위에 대해 처벌이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측면도 있다. 김용우(라파엘) 변호사는 “(교회법상 근거한 발언이라고 해도) 교황의 의견을 (법리적으로) 팩트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유튜버들이 단순히 ‘교황과는 다른 의견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특정 성직자를 밝혀 다루지 않는 이상, 명예훼손죄나 허위사실 유포죄 등 형법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전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8일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어긋나고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는 내용을 마치 레오 14세 교황님의 말씀인 것처럼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 등의 온라인 매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는 본당 내 사제나 교구 사무실에 문의하거나 교회 공식 웹사이트에서 가톨릭 교회 공식 문헌을 찾아볼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