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닥종이 성상 앞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님의 선한 능력 안에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박미경 작가(요안나· 수원교구 제2대리구 위례성데레사본당)는 닥종이로 성상을 만든다. 닥종이를 시작하고 조소 공부까지 하며 15년 동안 완성한 작품은 90여 점. 그중 성상은 두 점뿐이지만, 세례를 받은 지 불과 2년 된 새 신자가 만든 작품이라 더욱 놀랍다. 그 작품은 4개월에 걸쳐 제작한 높이 175cm의 한복 입은 성모상과, 본당 주임 안형노(야고보) 신부의 요청으로 제작해 기증한 1m 크기의 자비의 예수상이다.
“성상은 강론이나 성경 공부 중 받은 영감을 기억했다가 스케치를 하고, 이를 놓고 기도하며 구체적으로 다듬어 갑니다."
박 작가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대형 성모상을 제작했다. 무더운 여름, 자기 키보다 큰 작품을 건조하고 다듬느라 팔다리며 허리까지 성치 않은 곳이 없었다. 선풍기를 하루 종일 가동하며 세심하게 관리해야 했고, 완성된 성모상은 본당에 봉헌하려 했지만 크기가 너무 커 개인 작업실에 모시게 됐다.
본당에 기증한 자비의 예수상은 잘 알려진 기존 성화를 바탕으로 ‘말씀 위에 계신 그리스도님’이라는 상징을 더했다. 이를 위해 「매일 미사」 책에서 성부·성자·성령 삼위가 나오는 부분을 선별해 수백 개의 구슬을 만들어 바닥에 깔았다.
박 작가는 팬데믹 시기에 신앙의 위기를 겪었다. 다니던 개신교회가 감염병 진원지로 지목돼 문을 닫으면서 방황했고, 불교 콘텐츠를 접하기도 했다.
“좋은 말씀은 많았지만 ‘하느님’에 대한 갈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황창연 베네딕토 신부님의 강연을 보며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됐습니다.”
그 무렵 성화뿐 아니라 성상에 대한 제작 열망이 샘솟던 시기였기에, 천주교 콘텐츠에서 “천주교는 성상과 성화 제작을 존중하고 장려한다”는 말을 듣고 입교를 결심했다.
비록 개신교와는 다른 전례와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박 작가는 종교와 예술에 대한 갈망, 레지오마리애 등 단체 활동, 본당 신부와 신자들의 따뜻한 환대 덕분에 신앙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물론 자신과 달리 적응에 어려워하는 새 신자들도 이해한다. 박 작가는 “천주교가 개신교에 비해 자유로운 점이 좋아 오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새 신자의 특성에 따라 필요하다면 마니또로서 적극적으로 끌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만드는 닥종이 성상도 모두 교회에 기증할 예정이에요. 믿음도 능력도 부족한 저를 도구로 써주시니 너무나도 감사하고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