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리타스, ‘전국 릴레이 도보성지순례’ 캠페인 시작

(가톨릭신문)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한국카리타스)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전국 릴레이 도보성지순례’ 캠페인 및 모금 운동을 실시한다. 전국 성지를 순회하는 캠페인 참여자들이 순례하는 거리만큼 기부하고, 또 순례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가난한 이들 안에서 수난받고 있는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십시일반 성원을 보내는 캠페인·운동이다.


한국카리타스는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한 지난 50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캠페인과 운동을 기획했다. 1975년 세워진 전신 ‘인성회’(仁成會)가 외국 교회 원조로 국내에서 구호·자선·개발 사업을 조정하며 희망을 심었듯,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한층 가열 차게 전환하는 올해 목표대로 소외된 세계 이웃들에게 적극적으로 나서 희망을 심어주는 취지다.


또 모든 신자가 단식, 기도, 절제, 희생으로 그리스도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사순 시기 의미를 충실히 되새겨 전쟁, 기아, 질병에 신음하는 세계 이웃들의 모습으로 계신 그리스도 수난에 참여하자는 뜻도 담겼다. 전국 신자의 나눔 의식을 위한 의식 개선 운동으로 1977년부터 한국카리타스가 전국적으로 시작한 사순 시기 모금 운동의 심화 차원이다.


한국카리타스 및 전국 15개 교구 사회복지회, 전국 가톨릭 사회복지 제 단체와 본당사회복지협의회 종사자와 성직·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도보성지순례 캠페인은 제주교구부터 서울대교구까지 망라하는 전국 교구 성지들에서 펼쳐진다. 4월 24일 ‘희망의 순례단’ 출범식으로 순례를 시작하는 참여자들은 6월 19일까지 정해진 일정과 코스에 따라 순차 순례할 예정이다.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은 모금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순례에 동참할 수 있다. 모금 운동은 재의 수요일인 3월 5일부터 한국카리타스 설립 50주년 기념식이 있는 6월 22일까지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걷는 거리 1㎞당 1000원을 기부하게 된다. 목표액은 4억8000만 원으로,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4만㎞에 열두 사도와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12를 곱한 48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정성환(프란치스코) 신부는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올해 정기 희년을 선포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대로, 고통받는 이웃들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계신 그리스도 수난 여정에 우리 모두 동행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그렇게 우리는 지구촌 곳곳에 희망을 심는 또 하나의 ‘희망의 순례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50년 전 설립된 인성회의 활동과 정신은 2025년 현재, 교구와 본당 신자들의 사랑 나눔 실천을 돕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주교), 해외의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는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국내 사회복지 법인과 시설 운영을 지원하는 한국카리타스협회(이사장 조규만 주교)로 각각의 전문 사회복지 기구로 이어지고 있다.


※ 모금 계좌 : 우리은행 1005-702-918966 예금주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 문의 : 02-460-7645
※ 캠페인 및 모금 운동 참여 링크 : forms.gle/P3dBaRk5ozLsXBiV6



■ 인터뷰 -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정성환 신부, “세계 이웃 자립 돕는 정체성 굳힐 것”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더욱 나설 기점이 되는 올해 50주년, 우리도 고통받는 세계 이웃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때입니다.” 국가 사회복지 체계화·법제화도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1970년대 한국. 그 안에서도 한국카리타스는 “같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우리도 가난하고 힘들지만 스스로 일어서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외국을 돕자”는 ‘정체성’을 지켰다. 정성환 신부(프란치스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한국카리타스협회 사무국장)는 올해 50주년이 “무엇보다도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할 때”라고 역설했다. 한국카리타스는 인성회였던 초창기부터 자립기금 조성, 전국적 사회복지 사업, 가난한 외국을 위해 힘을 보태는 운동을 펼쳐오며 한국의 자립과 사회복지 체계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신부는 “교회가 ‘카리타스’(Caritas, 사랑·애덕·자선을 뜻하는 라틴어)를 실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신부는 “‘전국 릴레이 도보성지순례’ 캠페인과 모금 활동도 ‘카리타스’ 정신을 더한층 심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삼중직무의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최대한 많은 이가 참여하는 캠페인을 통해 한국카리타스를 교회 안팎으로 더욱 알리고(예언자직, 복음 선포) ▲순례라는 보속으로서 사순을 거룩히 지내고(사제직, 성화) ▲그로써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세계 이웃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왕직, 사랑 실천) 것이다. 끝으로 정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공권력은 사회복지 예산부터 삭감한다”며 “물질주의로 치닫는 이 시대 우리도 또한 희망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난한 세계 이웃뿐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도 희망을 심는 순례자가 되어 ‘카리타스’ 정신을 다 함께 다져 나가자”고 당부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