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갑시다’를 제목으로 2025년 사순 시기 담화를 발표하고, “희년의 중심 말씀인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참조)가 부활의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사순 여정의 초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은 “우리는 믿음과 희망 안에서 머리에 재를 얹는 참회 예식으로 거룩한 사순 여정의 순례를 시작한다”며 “어머니요 스승인 교회는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에 마음을 열어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 그리스도의 파스카 승리를 더없이 기뻐하며 축하하도록 초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은 사순 시기 여정을 세 가지 주제로 설명했다. 첫 번째,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삶의 순례자임을 깨닫고, 죄의 유혹을 멀리하며 나그네 된 이웃에게 공감하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이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양심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해 교회가 시노드 정신으로 부름 받았음을 강조하며, “신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서로 배려하고, 환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는 결코 외로운 나그네가 아니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란히 걸어가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세 번째로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에 관해 교황은 “회심으로서의 세 번째 부르심은 희망으로의 부르심, 하느님을 신뢰하고 영원한 생명의 그 크신 약속을 믿으라는 부르심”이라며 “나는 내 죄에 대한 주님의 용서를 확신하는지, 구원을 애타게 바라며 구원받기 위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지, 공동의 집을 돌보고 그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북돋워 주는 희망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자”고 청했다.
교황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 덕분에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 희망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며 “희망은 ‘교회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도록’(1티모 2,4) 기도하면서 그리스도와 천상 영광 안에서 하나가 될 날을 고대하도록 이끌어 준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와 춘천·인천교구장도 올해 사순 시기를 맞아 각각 메시지를 발표하고 “마치 광야와 같은 현실 속에서도 굳건한 믿음과 식별로 현 상황을 직시하고 상대방을 경청하며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사순 시기의 시작에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보내신 40일을 묵상해 보자"고 제안하고 “예수님의 광야 체험은 단순히 육체적 고난을 넘어, 세상의 시끄럽고 어수선함과 혼란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뜻을 따르고자 하는 믿음과 인내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사순 시기의 여정이 개인적인 성찰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사회를 위한 기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길’이 ‘우리 공동체와 사회가 치유되는 길’임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하느님 백성이 희망하는 은총의 때’라는 제목으로 올해 사순 시기 담화문을 발표하고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는 여정에 함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주교는 “‘말씀살기에 기초한 신앙’은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의 환난을 넘어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도록 하는 구름 기둥, 불기둥과 같다”며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시고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 여정은 행복한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올해 사순 시기 담화에서 특히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상기시킨 뒤 “죽음을 무릅쓰고 열심히 기도하고 선교하며 사랑을 실천했던 선조들처럼, 순교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일에 기꺼이 동참해야겠다”고 당부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사순 시기 담화문을 통해 교구 모든 신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는 삶에서부터 부활의 여정을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정 주교는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을 넘어 잘못을 솔직히 하느님께 인정하고, 이어지는 전례를 통해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것이 미사 참례의 기본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스스로 죄를 인정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존재로서 영적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고, 진심으로 하느님 자비를 간청하는 우리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해주시는 하느님 사랑을 더 크게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