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의 성자’ 에밀 카폰(Emil Kapaun, 1916~1951) 신부가 2월 25일 가경자로 선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카폰 신부를 가경자로 승인하면서 시복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바티칸뉴스와 미국 가톨릭통신(CNA)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몇몇 시복시성 후보자들에 대한 안건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6·25전쟁 당시 군종 사제로 복무한 카폰 신부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선종한 살바 다퀴스토(1920~1943)의 ‘삶의 헌신’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카폰 신부와 다퀴스토는 시복 대상에 오르게 됐다. 차후 교황청이 이들의 기적 사례를 인정하면 복자품에 오르게 된다.
‘삶의 헌신’은 2017년 도입된 시복시성 절차에서 이뤄지는 심사 중 하나로, 시복시성 대상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웅적 덕행의 법령이다. 교황청 시성부는 대상자의 생애 중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깊이 따르고, 죽음까지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보고 인정하게 된다.
1916년 미국 캔자스 주 필슨에서 태어난 카폰 신부는 1940년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군종 사제로 파견됐고, 그해 11월 중공군에 포위돼 포로로 잡힐 것을 각오하면서도 부상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봤다. 이후 카폰 신부는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 갇혀서도 동료를 돌보며 선행을 이어가다 열악한 환경 속에 1951년 5월 선종했다. 1993년 ‘하느님의 종’이 된 카폰 신부의 유해는 선종 70년 만인 2021년 하와이에서 발견돼 고향 땅으로 돌아간 바 있다. 지난해 국가보훈부가 선정한 유엔군 12인 영웅에 포함되는 등 이땅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와도 뗄 수 없는 인물이다.
다퀴스토는 1920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나 1939년 자원입대한 군인이었다. 1943년 9월 이탈리아 패망 직후 잔존한 나치 군대에 끌려갔고, 수용소에서 자신과 함께 잡힌 인질 23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이다.
카폰 신부와 다퀴스토 외에도 세 명의 ‘하느님의 종’이 영웅적 덕행을 인정받았다. 스페인 교회의 미셸 몬타네르 신부와 이탈리아의 디다코 베시 신부, 폴란드 평신도 쿠네곤다 시비에츠다.
교황은 베네수엘라의 주세페 시스네로스와 이탈리아의 바르톨로 롱고 등 두 복자의 시성을 위한 교황청 시성부 정기회의 결과도 승인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