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 정당 약진에 교회 우려

(가톨릭평화신문)
지난해 9월 독일대안당이 독일 베를린에서 지방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대표 앨리스 바이델과 티노 크루팔라가 입장하고 있다. OSV


전 세계적으로 우파 물결이 거세다. 수십 년간 좌우 연정을 구축해왔던 독일도 ‘우회전’을 감행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과오를 씻고자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한 독일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독일 교회는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집권 정부가 민주주의의 중심을 잘 잡기를 촉구했다.

지난 2월 23일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중도 보수정당인 기독민주당(기민당), 기독사회당 연합은 630석 중 208석(28.6%)을 따내며 제1정당 지위를 획득했다. 기민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제2정당에는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이 152석(20.8%)을 확보하며 정치지형에 변동이 생겼다. 우파 진영에서 ‘친원전·반난민’ 기치를 내걸었는데, AfD는 한 발 더 나아가 시리아 난민 본국 귀환과 유럽 난민정책 철회를 내세우면서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베칭 주교. OSV


높은 투표율, 긍정적 평가

독일 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인 84%를 기록한 것을 자평하면서도, 차기 정부가 민주주의의 중심을 견지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베칭 주교는 “투표율이 증가한 것은 민주주의에 좋은 신호”라며 “이는 국민의 의견을 잘 듣고 이해하며 합리적 대안을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정당 간 건설적인 연대가 필요하고 국민을 위한 행동이 즉각 이행돼야 한다”며 “외교적으로는 유럽 사회가 민주 사회로 통합할 수 있도록 독일부터 융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독일의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자 러시아와의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베칭 주교는 이에 대해 “푸틴의 러시아에 동조하는 세력이 정책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독일은 반 메르켈(전 총리)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그간의 탈원전 정책과 난민 유화책이 실패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메르츠 대표는 선거 공약으로 탈원전 재검토, 복지 축소 등을 내걸었다. 독일 성직자들은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은 우파·극우 정당에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파데보른대교구장 우도 벤츠 대주교는 “독일 민주주의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선거 결과는 단순히 통계적 수치가 아니며 민주주의는 극단적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열과 양극화 극복해야

독일 교회는 새 정부가 극단주의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해나가길 소망했다. 쾰른대교구장 라이너 마리아 뵐키 추기경은 “국가와 유럽, 전 세계에 놓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새 정부가 시대 정신과 신중함을 갖고 지혜롭게 분열과 양극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부르크대교구장 스테판 헤세(독일 주교회의 난민위원장) 대주교는 “새 정부의 핵심 과제는 경제와 환경, 인간 존엄성 등 미래 세대를 위하는 것”이라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정의와 통합이 다양한 정치적 의제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국민의 희망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