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문제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의 입원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일부 중요한 지정학적 긴장 관계에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10일 입원 직전,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교황은 미국 주교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중립을 지키던 교황청의 전통적인 입장에서 벗어서 미국교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특히 이민자와 난민 정책에 저항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또한 교황은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이 국수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톨릭 신학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교황의 직접적인 도전은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패권 국가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교황의 편지에 어떻게 반응할지 불확실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원으로 잠재적인 반발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가라앉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은 분명히 해 두자. 교황과 트럼프 사이의 대립은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가톨릭신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들은 종종 자신의 종교 네트워크와 교리적 기초를 동원해 트럼프의 의제를 촉진해 왔다. 이는 가톨릭 공동체 내에서 상당한 긴장과 잠재적인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교황에 대한 반대도 단순히 전례적이고 신학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종종 정치적인 차원에 기반한다.
따라서 교회는 정치적 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는 일부 가톨릭신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결정들이 그리스도교에 전반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트럼프의 미국이 유혹적인 동맹국이 될 수 있다. 한 아시아 지역의 대주교는 자신이 관리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미국 주교들에게 보낸 교황의 편지에 대한 게시물이 조용히 삭제했다. 반면 밴스 부통령의 비전통적인 ‘사랑의 질서’(Ordo Amoris)에 대한 견해를 칭찬하는 게시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에서만큼이나 보수적인 가톨릭신자들이 트럼프에 유리한 의제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촉진하는 움직임은 아시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민 문제가 경제적, 인종적, 정치적 관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 문화, 결혼, 정치 등의 문제로 이주하고 있다.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빈곤과 갈등 때문만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과 이동할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한 동기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시적인 이주가 작업이나 학업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민 문제를 완벽하게 포착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도전적이다. 이는 강력하지만 파괴적인 현실로, 이를 수용하기 위해 법적 틀을 지속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이러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법치주의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대우받는지에서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소수 종교이기 때문에 침묵하거나 수동적일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또한 아시아 가톨릭신자들은 단순히 가난하고 무력한 이민자가 아니다. 그들은 세계를 여행하며 국제 규범을 강화하는 지배층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그들은 인간 이동이라는 문제를 마주해야 하며, 이는 가난하거나 부유한 사람에게 관계없이 보편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점점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그리고 다른 여러 문제에서도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일으키는 정치적 투쟁은 전 세계적이고 다면적일 것을 보인다. 그리고 이 투쟁은 가톨릭 네트워크 내에서도 퍼져 나갈 것이다.
교황의 트럼프 정책에 대한 비판은 교회 안팎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같은 아시아의 강대국들은 보수적인 가톨릭 네트워크와 복음주의 커뮤니티가 어떻게 미국의 이익을 지원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제 교회는 전장이 되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교회의 신뢰와 일치는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하지만 교황의 입원은 잠시 동안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들을 가리고, 전 세계 교회가 교황을 중심으로 단합하게 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얽혀 있는 이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교황을 희망의 보편적인 등불로 보고 있다. 브루나이,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온 비가톨릭 동료들조차도 나에게 교황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동정을 표현했다.
한편, 트럼프와 그의 강력한 미디어 네트워크는 교황을 공격하지 않았다. 교황이 보낸 대담한 편지에서 비롯된 탄력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교황의 건강 악화는 그의 존엄과 그를 향한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
글 _ 미셸 샹봉
프랑스 출신 신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로 중화 세계의 그리스도교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국립싱가포르대학교 아시아교회를 위한 연구 계획(ISAC) 간사를 맡고 있으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를 비롯해 다양한 언론기관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