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 ‘빈국의 부채 탕감’ 요청

(가톨릭평화신문)
나이지리아 한 가정이 이슬람 반군에 의해 공격받은 집 인근에서 앉아 있는 모습과 미국 달러를 세고 있는 모습. OSV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희년을 맞아 G20(주요 20국) 재무장관들에게 가난한 나라의 부채를 탕감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 카리타스는 올해 G20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교회의 의장 스티븐 브리슬린(요하네스버그 교구장) 추기경을 비롯한 세계 종교 지도자 124명 명의의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은 영적 자유와 더불어 물질적 자유도 의미한다며 지구촌 부채 위기의 심각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며 “종교 지도자로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의 삶에 부채가 위협되고 있어 문제의식을 깊이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3억 명은 건강·교육·기후 조치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며 부채 탕감을 촉구했다.

특히 유엔 산하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G20 저소득국 채무 재조정(common framework)이 마련되더라도 여전히 민간 채권자가 높은 이자율을 부과함에 따라 상환과 협상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채무국이 계속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종교 지도자들은 “부채 상환 과정은 이전보다 3배가량 장기화해 채무국은 협상 지연에 따른 이자 상환 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은 굶주림 속에 필수 인프라와 서비스 부족, 기후위기 등 더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카리타스는 대안으로 △일시적 구제책이 아닌 강력한 부채 탕감 대책 마련 △민간 대출 기관의 빈곤국 대출 규제 △인권과 환경권에 기반한 국제금융기구 구조 개편 및 지속 가능한 부채 상환 정책 입안 △UN 산하 부채 상환 협의체 설립 등을 촉구했다.

국제 카리타스는 “이러한 대책들이 당장의 부채 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국제 금융체계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 지도자들이 희년을 용기와 연대, 연민으로 행동하는 희망의 순례자가 되길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