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히스패닉 신자 수 급감

(가톨릭평화신문)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과달루페의 성모 성당에서 히스패닉 신자들이 주의 기도를 손을 잡고 노래하고 있다. OSV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라틴 아메리카 이민자)의 가톨릭 신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 2세대들의 세속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통계업체 퓨리서치센터는 ‘2023~2024 미국 내 종교별 인구 설문조사’에서 미국 전체 성인 중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3%라고 발표했다. 가톨릭 신자는 전체의 19%로, 2007년 24%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인종별 가톨릭 신자 응답 비중은 백인(22%→17%)과 흑인(5%→4%), 아시아계(17%→14%)에선 소폭 하락했지만, 히스패닉 신자는 58%에서 42%로 급락했다. 미국 내 종교와 대중을 연구해 온 퓨리서치센터 그레고리 스미스 연구원은 “미국인 가톨릭 신자 중 여전히 히스패닉 비중이 가장 높지만, 이젠 이들 도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보스턴 대학교(칼리지, 예수회 설립) 종교교육과 호스프만 오스피노 교수는 “이제 이 수치는 놀랄만한 결과가 아니다”면서 “히스패닉 이민 2·3세대가 더 많아졌기에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라틴계 이주민 절반 이상은 미국 태생으로 세속화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통계상 미국 내 히스패닉 64%는 미국 태생이다. 다원화·세속화된 미국 문화 속에서 가톨릭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오스피노 교수는 “미국 교회의 사목이 부족한 것도 이유”라며 지역 교회 차원의 제대로 된 사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스피노 교수는 “히스패닉계들이 모인 성당에서는 여전히 이주민들만을 사목 대상으로 여기고 스페인어로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고 있다”며 기존 히스패닉 신자들을 위한 사목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 태생의 히스패닉은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기에 개별 교회가 사목의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서 이들도 점점 교회에서 멀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인구의 교세는 10년간 안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선 변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스미스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고령층에서 신앙인 비율이 높은데 반해 젊은층은 종교적이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신앙인 비율은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교회의 복음화 및 교리교육 위원회 위원장 찰스 톰슨(인디애나폴리스 대교구장) 대주교는 “교회는 시노드적인 사목 방향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 3만 6908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3년 7월 17일부터 2024년 3월 4일까지 실시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