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를 주례한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자비’와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 개의 핵심어”라며 “그분은 자비가 ‘복음의 핵심’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셨다. 당신이 ‘폐기의 문화’라 일컬으신 것에 반대해 만남과 연대의 문화를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레 추기경은 약 20분간의 강론에서 “우리는 그분의 시신 곁에 슬픈 마음으로 기도하며 모였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신앙의 확신으로 힘을 얻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신앙은 우리에게 인간의 삶은 무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에서 끝을 모르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고 약속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도로,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교황님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며 하느님께서 눈부시고 영광스러운 당신의 무한한 사랑 안에서 그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시길 빈다”고 기도했다.
레 추기경은 자비와 유머가 넘친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억했다. 레 추기경은 “교황님은 이미지와 은유가 풍부한 당신 특유의 어휘와 언어로 언제나 우리 시대의 문제들에 복음의 지혜로 빛을 비추고자 했다”면서 “그분은 모든 이에게,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가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고 오늘날의 어려움에 매우 민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화 시대의 불안과 고통과 희망을 진정으로 함께 나눴다”며 “우리를 위로하시고 격려함으로써 당신을 내어주셨다”고 추모했다.
다음은 전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12년 동안 수많은 성찬례를 거행하시고 중요한 모임들을 주재하신 이 장엄한 성 베드로 광장에, 우리는 그분의 시신 곁에 슬픈 마음으로 기도하며 모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의 확신으로 힘을 얻습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인간의 삶은 무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에서 끝을 모르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고 약속합니다.
추기경단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을 떠난 우리 교황 성하에 대한 애정과 공경과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오신 국가 정상들과 정부 수반들, 공식 대표단 여러분에게 저는 깊은 감동과 함께 존경의 마음으로 인사드리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교황님께서 지상에서 영원으로 건너가신 이후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목격한 넘쳐나는 사랑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깊이 있는 교황직이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감동을 주었는지 말해줍니다.
우리가 본 그분의 마지막 모습, 우리 기억에 아로새겨질 그 모습은, 지난 부활절 주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심각한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우리에게 강복하고자 하셨던 모습입니다. 그런 다음 그분은 개방형 교황 전용차를 타시고, 부활절 미사를 위해 모인 많은 군중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 광장에 내려오셨습니다.
우리의 기도로,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교황님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며, 하느님께서 눈부시고 영광스러운 당신의 무한한 사랑 안에서 그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사도들의 으뜸에게 물으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복음 말씀으로 빛을 얻고 인도받습니다. “베드로야,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의 대답은 즉각적이고 진심 가득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큰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이것은 베드로와 그 후계자들에게 맡겨지는 한결같은 임무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라고 하신 우리 스승이며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랑으로 섬기는 임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당신의 허약함과 고통의 막바지에도, 지상 삶의 마지막 날까지 이 자기 봉헌의 길을 따르고자 하셨습니다. 그분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당신 양들을 사랑하신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셨습니다. 교황님은 강인함과 평온함을 함께 지니고, 당신 양 떼인 하느님의 교회 가까이에서,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렇게 하셨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
베르골료 추기경이 2013년 3월 13일 콘클라베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잇도록 선출되었을 때, 그분은 이미 오랜 세월 예수회 수도 생활의 경험이 있었고, 특히 21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에서 처음에는 보좌 주교로, 그런 다음에는 부교구장 주교로, 또 무엇보다 대교구장으로서 쌓은 풍부한 사목 경험이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고른 것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에서 영감을 얻어 당신 교황직의 토대로 삼고자 했던 그분의 사목 계획과 방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했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기질과 사목 지도 방식을 간직하시면서, 단호한 성품을 통해 교회 통치에도 즉각 당신의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그분은 개인들과 민족들을 직접 만나셨고, 모든 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열망하셨으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두드러진 관심을 기울이셨고, 넘치도록 당신을 내어주셨으며,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이를 향해 열린 마음을 지니고, 사람들 가운데 있는 교황이셨습니다. 그분은 또한 시대의 징표와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불러일으키시는 것에 민감하게 깨어 있는 교황이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미지와 은유가 풍부한 당신 특유의 어휘와 언어로, 언제나 우리 시대의 문제들에 복음의 지혜로 빛을 비추고자 하셨습니다. 그분은 신앙의 빛이 이끄는 응답을 제시하고, “시대의 전환”이라고 자주 묘사하신 이 시대의 도전과 모순들 속에서도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라고 우리를 격려하심으로써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이에게,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가가셨습니다.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고 오늘날의 도전들에 매우 민감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세계화 시대의 불안과 고통과 희망을 진정으로 함께 나누셨습니다. 그분은 사람들의 마음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가 닿을 수 있는 메시지로 우리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심으로써 당신을 내어주셨습니다.
환대하고 경청하는 그분의 카리스마는 오늘날의 감수성에 어울리는 행동 방식과 어우러져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고, 도덕적 영적 감수성을 다시 일깨우고자 했습니다.
복음화는 그분의 교황직을 이끄는 원리였습니다. 그분은 분명한 선교적 전망을 지니고 복음의 기쁨을 전파했으며, 이는 그분의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의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신뢰와 희망으로 하느님께 의탁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기쁨입니다.
그분의 사명을 이끄는 큰 줄기는 또한, 교회는 모든 이의 집,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집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분은 교회는 많은 이들이 전쟁에서 다친 뒤에 찾는 “야전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현재 세계를 허물어놓는 심각한 근심을 돌보기로 결심한 교회, 신념이나 신분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이를 굽어볼 수 있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교회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난민과 추방된 이들을 위한 그분의 행동과 호소는 수없이 많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활동을 강조하는 그분의 목소리는 늘 한결같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방문지가 람페두사였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람페두사섬은 수천 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의 비극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아테네 총대주교와 아테네 대교구장과 함께 레스보스섬을 방문한 것과 멕시코 방문 중에 멕시코와 미국 접경에서 미사를 거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47회에 이르는 그분의 고된 사목 방문 가운데,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방문길에 오른 2021년 이라크 방문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 힘든 사목 방문은 ISIS(이슬람 국가)의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던 이라크 국민의 열린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분 사목 활동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종교 간 대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방문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사목 방문으로, “세계의 가장 변방 가운데 변방”에까지 가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언제나 자비의 복음을 중심에 놓고, 하느님께서는 절대 우리를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용서를 청하고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든,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용서하십니다.
그분은 자비가 “복음의 핵심”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자비’와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두 개의 핵심어입니다.
그분은 당신이 “폐기의 문화”라 일컬으신 것에 반대하여, 만남과 연대의 문화를 말씀하셨습니다. 형제애라는 주제는 그분의 교황직 전체를 가로지르며 울림을 주었습니다.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그분은 형제애에 대한 열망을 전 세계적으로 되살리고자 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늘에 계신 같은 아버지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모두 같은 인류 가족에 속해 있음을 자주, 강력하게 일깨우셨습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세계 평화와 공동의 삶을 위한 인간적 형제애에 관한 문서’에 서명하시면서, 하느님께서 공동의 아버지이심을 상기시키셨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해, 공동의 집에 대한 우리의 임무와 공동 책임에 관심을 불러일으키시며, “누구도 홀로 구원받을 수 없다”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전쟁들과 그에 따른 비인간적인 공포와 무수한 죽음과 파괴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끊임없이 평화를 간청하시고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정직한 협상과 이성을 촉구하시는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전쟁은 사람들의 죽음과 가정과 병원과 학교의 파괴를 낳는다고 그분은 말씀하셨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세상을 그 이전보다 더 나빠지게 합니다. 전쟁은 언제나 모든 이에게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패배입니다.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세우십시오”라고 그분은 여러 차례 권고하셨습니다. 교황님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하신 신앙의 봉사는 모든 차원에서 인류에 대한 봉사와 언제나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 전체와 영적으로 일치되어,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당신의 끝없는 사랑 안에 맞아들여 주시기를 기도하며 이렇게 많이 여기 모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연설이나 모임을 마치시면서 “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말씀하고는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제 저희는 당신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지난 주일에 모든 하느님 백성뿐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진리를 추구하고 희망의 횃불을 높이 드는 인류 전체를 마지막으로 품어 안으시며 이 대성당 발코니에서 하셨던 것처럼, 이제는 천상에서 교회에 강복해 주시고, 로마와 온 세계에 강복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