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종…고인의 삶과 신앙

(가톨릭평화신문)
올해 1월 11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희년알현 참가자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뉴스

[앵커] 지상 순례의 여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아 왔는데요.

고인이 걸어온 삶과 신앙의 여정을 윤재선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복음의 기쁨을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으로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2013년 3월 13일>
"형제자매 여러분, 좋은 저녁입니다."

그에겐 역사상 최초의 남아메리카 출신 교황이면서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고인은 21살에 예수회에 입회해 1969년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삶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대주교 시절에도 노숙인 쉼터 등지에서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고, 빈민가를 방문해 그곳 주민들과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인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한 건 역사상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저에게 가난함과 평화의 성자이며 그리고 피조물을 사랑하며 보호하는 성자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으로 선출된 뒤에도 소박하고 청빈한 삶은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사용하던 철제 가슴 십자가를 순금 대신 그대로 착용하는가 하면, 사람들과 더불어 살겠다며 바티칸 궁전이 아닌 사제들의 공동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줄곧 생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역시 (참다운) 권위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십자가에서 빛나는 정점을 이룬 그분의 봉사에 더 참여해야만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가는 곳마다 가장 약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다가갔습니다.

2019년 4월 남수단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무릎을 꿇은 채로 지도자들 발에 입을 맞췄습니다.

평화의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한 겁니다.

2016년,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선포한 교황은, 세상의 불평등을 비판하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2018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가난한 이들의 울음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신앙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어는 '자비'입니다.

2015년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했을 만큼 자비를 강조했던 교황은 교회가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비와 더불어 교황이 몸소 실천했던 신앙적 언어는 '형제애'입니다. 

즉위 후 첫 사목 방문지로 찾았던 람페두사 섬.

이주민과 난민의 비극적 현장을 찾아 그들을 위로하며 형제애에 관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자비와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2018년 '람페두사 방문 5주년' 미사> 
"오늘날 이주민, 난민 문제에 직면해서 유일하게 의미있는 대답은 자비와 연대 뿐입니다."

이슬람과 유다교, 정교회 지도자들을 만나선 몸에 밴 배려와 존중, 경청과 소통의 모습을 보여주며 '형제애'를 확인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 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전한 하느님 종들의 종.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에 남기고 간 것은 지치지 않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었습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