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 증가에도 독일 교회가 허리띠 졸라매는 이유

(가톨릭평화신문)
독일 교회의 세수가 부족한 현실을 형상화한 그래픽. 챗GPT 제작


독일 교회가 지난해 교회세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허리띠를 조이기로 했다.

독일 27개 교구 공동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독일 주교회의 법인체 독일교구협회(VDD)는 “예산 1억 2900만 유로(약 2086억 원)에서 800만 유로(약 130억 원)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주교회의 베아테 질 사무총장은 “비용 절감은 불가피하다”며 “향후에도 상당수 예산 삭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질 사무총장은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베칭 주교가 6월 24일 VDD 총회에서 ‘2027 회계연도에 대한 예산을 세수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사회 복음화에 필요한 행동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예산 삭감은 독일 내 신자 이탈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독일 교회는 4일 지난해 교회세를 통해 총 66억 2000만 유로(약 10조 7000억 원)가 걷혔다고 발표했다. 2023년의 65억 1000만 유로(약 10조 5200억 원)보다는 1억 유로(약 1600억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급격한 신자 이탈과 적자 교구 증가로 독일 교회가 선제적으로 교회 재정 긴축을 밝힌 것이다.

독일 교회에 등록된 신자는 매년 8~9%의 세금을 교회세 명목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에만 32만 1611명의 가톨릭 신자가 교회를 떠났다.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 수도 현재 독일 전체 가톨릭 신자의 6.6%, 평균 130만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리스도교 전체에서 교회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지난해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무종교 인구(3900만 명)가 그리스도인(3800만 명) 숫자를 넘었다.

이로 인해 이미 적자를 기록한 교구도 나타나고 있다. 베칭 주교가 이끄는 림뷔르흐 교구는 2024 회계연도에 81만 유로(약 13억 원) 적자가 발생했다. 해당 교구에서만 신자 1만여 명이 이탈했고, 2035년에는 1억 유로 적자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가톨릭 중심지 바이에른주의 재정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아우구스부르크교구는 2023 회계연도 370만 유로(약 60억 원)에서 2024 회계연도에는 1140만 유로(약 184억 원)로 적자폭이 3배 이상 늘었다.

교황청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드로 성금(Peter’s Pence)에 기여하는 독일 교회의 비중이 해마다 줄고 있어서다. 베드로 성금 중 독일 교회 기여율은 2021년 4.9%에서 2022년 3%로 줄었고, 2023년 2.7%로 최저치를 찍었다. 이밖에 독일 교회는 매년 약 500만 유로(약 80억 원)를 교황청에 기부했는데, 이마저 재검토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